[정치] 北 "무인기, 활주로 필요한 기종" 軍에 화살…전문가 "자작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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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장한 평양에 등장한 남측 무인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평양 무인기 침투와 관련, 연일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며 노골적으로 한국군의 소행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정보가 제한적이라 섣부른 판단은 어렵지만, 군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①北 "특정 발사대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3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수도 상공에 침입했던 무인기는 민간단체가 임의의 장소에서 띄울 수 있는 무인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정한 발사대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시킬수 있는 무인기”라며 “이것을 민간이 날려 보냈다는 변명은 통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앞서 북한이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평양에 침투했다는 무인기는 고정익 방식으로 추정된다. 다만 북한은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만 공개했을 뿐 무인기의 동체나 동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무인기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거나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주장과 달리 국내 전문가들은 현대 무인기 기술이 다양하게 발달하면서 반드시 활주로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출기(캐터펄트) 부양 방식의 무인기는 활주로가 없어도 10~20m의 공간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만 봐서는 단순히 고정익인지, 고정익에 더해 프로펠러가 더해진 '틸트로터 방식'인지 알 수 없다"면서 "틸트로터도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②"국경 너머 날아가는 무인기 몰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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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대북전단. 연합뉴스

국방성 대변인은 또 “민간 단체들이 발사장치나 활주로까지 이용해 국경 너머로 무인기를 날려보내는 것을 군부와 경찰 무리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겠나”라고도 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날아가는 새떼를 보고도 '북의 무인기'인줄 알고 신경을 도사리던 군부가 갑자기 소경이라도 됐단 말인가"(12일)라고 한 것과 맥락이 같다. 군이 직접 날려 보내진 않았어도 방조하거나 묵인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경기도 북부·강원도 최전방 지역은 항공안전법 등에 따른 민간 드론 비행 금지 구역이다. 국토교통부와 군의 허가가 있어야 무인기를 띄울 수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한·미 방공 자산이 '불상의 비행체'를 최전방에서 식별했다면 이를 제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군 당국은 그간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을 부양 원점에서부터 동향을 추적해왔다고 설명해왔다. 민간단체가 최전방 지역에서 비공개로 대북 전단을 부양할 때도 대체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드론의 경우 군 당국이 실시간으로 탐지하지 못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고도로 침투할 경우 기존 대공망에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항공 우주 전문지 에비에이션위크 김민석 한국특파원은 "특히 TOD, 레이더 등 탐지 자산들은 주로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비행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남에서 북으로 무인기를 날렸다면 실시간 추적은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군 당국이 지난 11일 오후 8시 25분쯤 북한 외무성의 '중대 성명' 발표를 통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사후적으로 동선 파악을 했을 수는 있다.

③"대한민국, 주권 침해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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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고양시 행주내동 방화대교 하류 200여 m 지점 갯벌에 북한 소형 무인기와 비슷하게 생긴 작은 비행 물체(드론)가 추락해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국방성 대변인은 이번 무인기 사태를 "중대 주권침해도발"이며 "교전국의 수도를 침범한 엄연한 전쟁 도발"로 규정했다. 북한 주장대로 한국군이 무인기 작전에 직접 관여했다면 그 자체로 정전협정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현재 군의 반응 등을 종합할 때 전문가들은 해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군이 국제규범까지 어겨가며 무인기를 보내 얻을 실익도 크지 않다.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이 주민들을 결속시키고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체감하도록 하기 위해 무인기 사태를 거짓으로 꾸며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민수용 드론 혹은 상용을 개조한 군용·관용 드론은 중국 등을 통해 북한이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수도 방공망의 허점을 스스로 시인하면서까지 자작극을 벌였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반론 또한 상당하다. 김주애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전단(일명 '삐라') '셀프 살포'는 위험 요소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이번 일로 북한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는 점"이라면서 "김정은 정권의 내부 불만 해소용 전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대북 메시지 발신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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