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흑백요리사’ 제작진도 뭉클했던 에드워드 리의 그 장면...“시즌2엔 고든 램지 섭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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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시즌2를 제작하기로 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8일 최종화인 12부까지 모두 공개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나폴리 맛피아)를 비롯한 출연 셰프들의 레스토랑엔 손님이 몰려들고, 네이버 데이터 랩에 따르면 ‘파인다이닝’ 키워드 검색량은 ‘흑백요리사’ 방송 전 3~5 수준에서 방송 중 최다검색량인 100을 찍었다. 안성재 심사위원의 식당인 모수 홍콩을 방문했다는 최근 후기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 심사위원의 또 다른 업장이자 국내 유일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모수 서울은 잠정 휴업 중이다.

‘흑백요리사’는 콘텐트제작사 SLL의 레이블인 스튜디오슬램이 제작한다. 1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학민 PD와 김은지 PD, 모은설 작가는 프로그램이 몰고 온 열풍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김은지 PD는 “대만·홍콩 관광객도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찾아온다고 들었다”면서 “주변에서 식당 예약 청탁도 있었지만 그 소중한 한 자리를 빼달라고는 할 수 없다. 지금은 시청자들과 만날 시간”이라고 말했다. 모은설 작가는 “다른 서바이벌은 우승자 1명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탈락자도 응원을 받고 인기를 얻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제작진은 기세를 몰아 시즌2 제작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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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시즌1 지원자만 600명

프로그램은 “셰프들이 나오는 요리 서바이벌을 해보면 어때?”라는 스튜디오슬램 윤현준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김학민 PD와 김은지 PD는 모은설 작가와 함께 윤 대표의 기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흑과 백이라는 계급을 도입했고, 요리도 잘하고 사업 수완도 좋은 ‘육각형 요리사’를 뽑기 위한 미션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레이먼 킴 셰프와 부산디지털대학교 외식경영학과 김종효 교수의 자문을 받아 1000평의 주방 세트장을 경기 파주에 마련했다. 100인의 셰프가 이 곳에서 만든 요리 접시는 무려 254개에 달한다.

100인의 출연자를 어떻게 섭외했나.
김학민 : “작가님들이 애썼다. 백종원 심사위원이 나오는 예고만 보고 600명이 지원했고, 이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지원을 권유한 경우도 있었다. 섭외하면서는 계급에 대한 언급은 일절 안 했다. 여경래 셰프님도 ‘계급장 떼고 재밌게 해볼게’하시면서 왔는데, 첫 녹화날 계급이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셨다.”
김은지 : “한국 요리사들이 전 세계에서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하더라. 그런 훌륭한 셰프가 있다는 걸 넷플릭스를 통해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참여해주셨다. 한식을 세계 무대에 알릴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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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를 연출한 김학민 PD는 "에드워드 리의 말에는 항상 울림이 있었다. 그가 문학 전공자임을 매번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글로벌 시장을 염두했다면 ‘흑백’이란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는 우려는 없었는가.
김학민 : “고민을 오래 했다. 그럼에도 우리 프로그램에서 계급이라는 건 중요한 요소였기에, 바둑이나 체스 같은 게임 안에서의 상징성을 분명하게 알려주려고 했다. 그래서 제목에도 계급 전쟁을 명시했다.”
계급을 나눈 이유는.
모은설 : “차별화 전략이었다. ‘계급장 떼고 똑같이 붙는다’라는 서바이벌의 기본 공식을 틀어서 구조부터 다르게 가고자 했다. 처음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2~3개월 고민했다. 우열의 의미가 아닌데, 시작부터 서바이벌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을까봐 가장 괴롭게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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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은설 작가는 '흑백요리사'를 준비하며 국내외 모든 요리프로그램의 구성과 미션을 찾아봤다. 사진 넷플릭스

“요즘 시대의 ‘공정’ 배웠다”

‘흑백요리사’는 흑과 백의 대결구도 보다 셰프들끼리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고기깡패는 에드워드 리를 보곤 눈을 반짝이며 “가장 대결해보고 싶은 요리사이자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라고 존경심을 보였다. 철가방 요리사는 중식대가 여경래 셰프에게 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통은 언더도그 효과(상대적으로 약자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응원하는 현상)가 생기는데, 이 프로그램에선 백셰프에 대한 응원이 컸다.
김은지 : “누군가 이룬 업적이 있다면 그에 맞는 정당한 대우나 존경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요즘 시대의 공정이란 생각을 했다. 비록 제작진이 명성이나 대회 우승 커리어 등을 보고 임의로 나눈 계급이지만, 백셰프가 걸어온 길들이 분명히 있었기에 더 응원하는 모습이 나온 것 같다.”
현장에서도 감동한 장면이 있다면.
모은설 : “안 심사위원이 오랜 제자인 원투쓰리를 만나 ‘요리가 많이 늘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뭉클했다. 마지막 대결인 ‘이름을 건 요리’에서 백종원 심사위원이 ‘우리도 우리의 이름을 걸고 심사하겠다’는 말도 진정성 있게 들렸다.”
김학민 : “다른 분들에 비해 준비 여건이 어려웠던 에드워드 리 셰프가 ‘무한 요리 지옥’에서 승리하고 수건을 던지는 장면에서 정말 뭉클했다. 편집할 때도 길게 넣고 싶었다.”
에드워드 리가 힘들어 하진 않았나.
김학민 : “전혀 내색하지 않으셨고 굉장히 즐겁게 임해주셨다. 말씀하실 때마다 울림 있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분이 괜히 뉴욕대학교 문학 전공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지 : “최종 대결 전날 밤 한국어 공부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한국어로 꼭 하고 싶다고 편지를 몇 번이나 연습하셨다.”

“시즌2엔 고든 램지 나왔으면”

제작진은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시즌2 준비에 들어간다. 시즌1의 대박으로 시청자 기대는 커졌고 에드워드 리, 여경래, 최현석, 정지선 등 시즌1을 이끈 유명 스타셰프 군단 그 이상의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도 떠안았다.

시즌2에 고든 램지를 섭외 중이라고.
모은설 : “섭외 1순위라서 연락을 드렸다. 심사는 많이 해보셨으니 도전자로 나와주십사 진지하게 러브콜하려 한다. 앞으로는 계급을 오픈하고 섭외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잘 이겨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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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PD는 '무한요리지옥' 아이디어를 내며 백종원 심사위원에게 '두부'라는 식재료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시청자 피드백은 어떻게 수용할까.
김학민 : “팀전이 많았다거나 방출 미션은 잘못됐다는 모든 시청자 의견을 존중한다. 우리 제작진은 시청자가 모두 옳다는 입장이다. 시즌2에선 그런 부분들을 피해야겠고, 불편한 부분들에 대한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다.”
김은지 : “사전제작으로 이뤄진 시즌1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시청자가 가장 원하는 방향과 가깝도록 시즌2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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