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뉴스1

북한군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 일대를 사전 통보 없이 폭파했다. 군은 중기관총·고속유탄발사기 등을 동원한 대응 사격으로 맞대응했다. 북측의 폭파는 군사분계선(MDL)을 불과 10m 남겨둔 지점에서 이뤄졌다. 다만 북한이 이미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힌 전방 부대 "전시 편제"와 같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폭파 쇼'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군 내부에서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이 오늘 낮 12시경 경의선·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 차단 목적의 폭파 행위를 자행했다”며 “우리 군은 MDL 이남 지역에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폭발은 경의·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의 MDL 북측 10m 지점에서 각각 오전 11시 59분, 낮 12시 1분 일어났다. TNT 폭약 최소 수십 개(100여kg 규모)가 터지면서 콘크리트 파편 등 비산물이 MDL 남쪽까지 넘어왔다고 한다. 경의·동해선 도로의 가로폭은 20m 가량이다.

이에 군은 경의·동해선에서 각각 MDL에서 남쪽으로 100m 가량 떨어진 개활지에 K4 중기관총과 K6 고속유탄발사기 수십 발을 사격했다. 사격은 비무장지대(DMZ) 최전방 감시초소(GP) 거리에서 북측 방향으로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MDL 인근에서 위험한 폭파 행위를 하는 것은 우리 장병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협이자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이에 우리 군도 MDL 이남 지역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이 MDL 북방의 일정 지역을 넘어선 것에 대한 군사적 조치는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 측의 자위권적 조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군은 사격 이후 유엔군사령부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다만 군은 이번 폭발의 위력이 설치 규모나 동원 인력에 비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 표면을 파괴하는 등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경의·동해선 도로 양 옆과 한복판에는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대인·대전차 지뢰를 매설했는데, 이는 그냥 둔 채 다른 지점에서 폭파를 진행했다. 군사적인 실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번 조치를 "남북이 완전히 나뉘었다는 대남 메시지를 가시화하기 위한 쇼"라고 군이 평가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군이 대응 사격으로 맞선 건 '나쁜 행동'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정부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9일 오후부터 1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삽·곡괭이로 파공(구덩이)을 만드는 등 폭발물 설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인민군 총참모부가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날이었다.

이에 군은 MDL 코앞까지 다가와 작업하는 북한군을 향해 '너희들이 하는 행위는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로, 이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경고 방송을 수 차례 진행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15일 폭파를 강행했고, 군은 경고 방송→경고 사격의 절차에 따라 실사격을 했다는 설명이다.

향후 북한은 폭파 지점에 콘크리트 방벽을 쌓는 등 공언한 '요새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포클레인 두 대와 덤프트럭 4~5대를 투입해 깨진 도로를 정리 중이라고 한다.

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군이 땅을 고르는 모습은 9일 오후부터 포착됐으나, 가림막이 등장하는 등 본격적인 폭파 준비는 11일부터 속도가 붙었다. 이날 오후 북한 외무성은 평양 무인기 침투 사실을 공개하는 '중대 성명'을 냈는데, 무인기 사건이 폭파 작업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북한 전방 부대들의 동향은 무인기 사태 이전과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부대가 기동하는 등 그들이 위협하는 만큼 행동이 식별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민군 총참모부가 13일 무인기 침투를 빌미로 "국경선 부근 8개 포병여단을 사격 대기태세로 전환시키는 작전예비지시를 내렸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 과장된 위협이란 걸 뒷받침하는 대목이라는 게 군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