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강정현 기자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6일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전날 공개한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두고 "국가 체통이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저런 혐의를 받고 저런 폭로가 막 나오고 했다는 게 외신으로 밖에도 다 알려질 것"이라며 "국민들은 또 얼마나 처참하겠나. 정말 나라 망신이고 파평 윤씨 망신"이라고 말했다.

전날 명씨는 김 여사와 나눈 대화라며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네, 너무 고생 많으세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실은 해당 카톡이 공개된 지 약 1시간 만에 대화에 포함된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한 게 아니라 김 여사의 친오빠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대통령실이 그렇게 둘러댔는데 그걸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대통령실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저런 게 나오니까"라고 했다. 이어 "수습은 해야 되고 뾰족한 방법은 없고 그러니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그 오빠가 바로 이 오빠라고 얘기했는데 그걸 국민이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그걸 액면 그대로 받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제가 볼 때 회피할 방법은 없다. 명씨가 저렇게까지 나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가는 논리로는 안 되고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하고 수사를 받는 길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한때 대통령이 유력해 보이는 분을 보좌했던 일이 있다"며 "그런 분들한테는 저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온다. 주변에 이들을 차단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걷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정리가 안 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지금 수습이 안 된다. (명씨가)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수습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진위를 어떻게 가릴 거냐"고 말했다.

앞서 명씨는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경선 후보였을 당시 윤 대통령 부부와 거의 매일 빠짐없이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정치인들이 명씨의 주장이 거짓 내지 과장이라고 비판하자 그는 해당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