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권표만 636만, 16년만에 최저 투표율 기록한 교육감 선거…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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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길 예술가의 집 담장에 설치된 교육감보궐선거 관련 선거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뉴스1

정근식 신임 서울교육감이 16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얻은 표는 96만여 표다. 반면, 기권자 수는 그 6배가 넘는 636만여 명이었다. ‘무관심 선거’라는 한계를 이번에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 23.5%는 교육감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2008년 이후 치러진 선거 중 가장 낮았다. 단독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이기는 했지만, 지난해 4월 울산교육감 보궐선거 때(26.5%)보다 저조해 교육계 인사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17일 “학부모들이 전체 유권자의 5분의 1도 안 되다 보니 이해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번에 군수 선거를 치른 강화도만 가봐도 곳곳에서 선거운동원을 볼 수 있었다”면서도 “서울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조직, 자금 지원이 없다 보니 후보들이 노출될 기회가 적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구호 속 선거 외면…세금 560억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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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경기상업고등학교에 마련된 서울시교육감보궐선거 개표소에서 사무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과거 무상급식 정책처럼 유권자의 눈길을 끌 만한 공약 없이 정치적 구호만 난무하면서 선거 자체가 외면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였던 정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친일 교육 심판”을 외쳤고, 보수 진영의 조전혁 단일 후보 역시 “좌파 교육 척결”을 구호로 내세웠다. 선관위의 규정 탓에 모든 후보가 참여한 TV 토론회도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이렇게 무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였지만, 세금은 예년과 똑같이 투입됐다. 선관위 측은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 들어간 비용을 약 560억 원으로 추산했다.

선거를 치른 후보들 역시 직선제의 한계를 인정했다. 낙선한 조전혁 후보는 선거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망국적인 제도라고 주장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없다”며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 임명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정 교육감은 “교육감은 직선제가 맞다”면서도 “개선돼야 할 점은 있다”고 했다.

러닝메이트제, 제한적 직선제 등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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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의 무관심 등 현 제도의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시도지사가 교육감과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국정과제로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지난달에는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이 교육자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서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제한적 직선제가 꼽힌다. 제한적 직선제는 학부모·교사 등 교육 정책의 이해당사자만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회원 46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5.2%가 직선제 폐지의 대안으로 ‘교육 관계자들의 제한적 직선제’를 택했다. 다만 교육 이해당사자의 범위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어디까지가 교육 관계자인지, 또 헌법상 시민의 투표 권리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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