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양 산골서 10년 연극…이번엔 옛 우체국 무대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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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활동하는 만종리대학로극장 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만종리대학로극장]

서울 대학로를 떠나 산골로 무대를 옮긴 만종리대학로극장이 우체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공연을 선보인다.

충북 단양에서 활동하는 만종리대학로극장은 18~19일 영춘면 옛 별방우체국 마당에서 연극 ‘별방우체국’을 공연한다. 관람료는 받지 않는다. 허성수(57) 만종리대학로극장 감독은 “1980년대 별방우체국에서 일했던 우편배달부 증언을 통해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이라며 “가난했던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이민을 했다가 온갖 역경과 고난을 온몸으로 헤쳐온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별방우체국은 영춘면 별방리에 실제로 운영됐던 165㎡ 규모 우체국이었다. 영춘면 인구가 줄면서 1999년 1월 문을 닫았다. 폐국 후 25년간 방치됐던 건물은 2015년 만종리대학로극장이 영춘면에 자리를 잡으면서, 소공연장이나 연극 연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폐관사를 리모델링해 단원 숙소로도 사용한다.

허 감독은 별방우체국이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에서 ‘예술을 배달하는 우체국’으로 부른다. 그는 “우체국을 교두보 삼아 연극 예술을 충북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싶다”며 “이번 연극은 별방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40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동네 형님 증언을 채록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역사적 현장에서 우체국 이야기를 하게 돼 더욱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허 감독은 서울 대학로에서 2015년 단원 10여 명과 함께 고향인 단양 영춘면 만종리로 이사했다. 허 감독은 이곳에서 단원과 상주하며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연극을 기획하고 연습한다. 지금까지 ‘그해 봄날’ ‘빈센트 반 고흐’ ‘고칠봉씨 귀촌 분투기’ ‘바보온달’ 등 30여 편의 연극 작품을 700여 회 공연했다.

만종리에 마땅한 공연 건물이 없는 터라 무대는 대개 야외에 임시로 꾸민다. 콩밭 위에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강둑·연못·산자락·방앗간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공연하고 있다. 초겨울 공연 때는 모닥불에 구운 감자나 직접 내린 커피를 관람객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10년째 주민과 어울려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단원 외에 비정규 지원군도 생겼다. 공연 때마다 지역 주민이 무대에 출연한다. 허 감독은 “고교 선생님과 귀촌하신 시인, 70대 시골 어르신이 단역으로 출연해 주셔서 극단에 힘이 되고 있다”며 “몇 년째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전문 배우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는 단양군 지원으로 매주 토요일 정기공연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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