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파리대왕' 70주년 "인류 존재하는 한,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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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그래픽노블의 한 장면. ⓒ Aimee de Jongh 민음사 제공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1911~1993)의 『파리대왕』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 어른이 없는 무인도에 뚝 떨어진 소년들, 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권력 다툼과 폭력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묻는 이 소설은 스티븐 킹, 이언 매큐언 등 여러 작가에게도 영감을 줬다.

1954년 『파리대왕』 초판을 펴낸 영국의 페이버 앤드 페이버(Faber&Faber) 출판사는 올해 9월 출간 70주년을 맞아 『파리대왕: 그래픽 노블』을 출간했다. 음울하지만 역동적인 원작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림으로 되살리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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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 데용 ⓒ Bob Bruyn 민음사 제공

그래픽 노블의 작화를 맡은 아메 데용(36)은 네덜란드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데뷔작 『벌매의 귀환』과 이어진 그래픽 노블 작업으로 생미셸상, 일본 국제만화상 등을 받았고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상 후보로 여러 차례 지명됐다.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데용은 "그림을 통해 원작의 의미를 새롭게 하면서도,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살려 골딩의 작품에 대한 존경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파리대왕』의 어떤 점이 당신을 매혹시켰나
"이 작품을 처음 읽은 건 14살 때 영어 수업에서였는데 내게 정말 큰 인상을 남겼다. 내 자신이 책 속 아이들과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꼈고, 책임감을 가지려는 아이들의 행동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어 신인이던 2013년 출판사에 직접 그래픽 노블 작업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다행히 8년 후 출판사가 다시 연락해 와 이번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만화의 대사와 지문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골딩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나?
"소설을 여러 번 읽으면서 골딩의 글쓰기 방식에서 영화적 접근법(cinematic approach)을 발견했다. 정글과 해변, 드넓은 바다 그림 등을 통해 골딩의 이런 접근법과 풍부한 묘사를 살리는 것이 내 목표였다. 이야기를 각색하는 대신 골딩의 대사를 그대로 말풍선에 넣으면 어떨까 시도해봤는데 정말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소설의 표현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래픽 노블이 원작을 품게 되었고, 골딩에 대한 오마주 그 이상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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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의 저자 윌리엄 골딩. 1983년 촬영된 모습이다. 네덜란드 국립 기록 보관소 소장.

-『파리대왕』은 골딩의 전쟁 경험이 반영된 작품이다. 70년 전의 메시지는 현대에도 유효하다고 보나.
"믈론이다. 오늘날 TV만 켜도 격렬한 전쟁, 거리 곳곳의 다양한 차별, 특정 정당이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상상의 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장기적 해법보다 단기적 해결책을 찾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무심한 인류의 모습은 7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골딩의 작품은 결코 구식이 되지 않을 것이다."

-300쪽 넘는 분량을 펜 드로잉과 수채화 채색 등 모두 수작업으로 그렸는데.
"손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은 마치 마법 같다. 빈 종이 앞에 앉아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몇 달 뒤 살아있는 듯한 인물들이 담긴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점이 정말 좋다. 드로잉 테이블 위에서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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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그래픽노블 표지 사진 민음사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지.
"나는 주변 세계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고, 현재는 유럽 난민 캠프에 관한 책을 작업하고 있다. 『파리대왕: 그래픽 노블』 은 한국에서의 첫 출판이라 매우 설렌다. 한국 독자들이 이 그래픽 노블 버전을 즐기고, 동시에 원작도 재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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