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러 밀착에 말 아끼는 중국…시진핑의 '이유 있는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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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에 특수부대 1500명을 파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가운데, 중국의 향후 노선이 주목된다. 중국까지 북·러의 선 넘은 밀착에 가담할 경우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냉전 구도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중국은 일단 입장을 아끼고 있는데, 이를 '이유 있는 거리두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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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8일 소셜미디어 X에 “러시아 세르기옙스키 훈련장에서 새롭게 입수한 영상에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로의 배치를 준비하면서 러시아 장비를 착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며 28초짜리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spravdi 페이스북 캡처.

中 "모든 당사국 노력해야" 

중국 외교부는 지난 18일 한국 국정원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발표와 관련해 "모든 당사국이 정세의 긴장 완화와 (사태의)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중국은 북·러 정상회담 등에 대해 "양국 간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늘 강조하던 "관련 있는 각방(각국)이 자제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양비론적 태도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대규모 파병 등 북·러 밀착이 선을 넘는 양상에 중국의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을 '유일한 혈맹'으로 두던 북한이 러시아와 사실상 '동맹' 간 상호 지원을 본격화한 건 중국에도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를 러시아가 잠식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으로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야 곧 한국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따라서 북한이 자꾸 중국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러시아와 밀착하려고 할 경우 중국의 우려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북·중 및 중·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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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1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 시장 의식…대러 지원 한계

이에 더해 중국으로선 북한의 대러 지원이 자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된 것도 의식할 수 밖에 없단 분석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그간 민군 이중용도 품목을 꾸준히 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미·중 경쟁 국면과 유럽과의 관계를 의식한 중국이 그 이상의 선은 넘는 조짐은 포착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종전 이후 유럽과 경제적 교류가 긴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마저 적으로 돌리는 선택지는 고려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을 고리로 자칫 북·중·러 3각 연대 구도가 굳어질 경우, 한·미·일과 서방의 공동 대응에 더 확실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국제질서를 신냉전 구도로 끌고 가고자 하고 중국은 이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중국으로선 북·러 양자 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진영화해 한·미·일 협력이 강해지는 소재로 활용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밑 접촉 가능"…적극 행동은 미지수

다만 중국이 북·러 밀월을 막기 위해 대놓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은근한 압박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9일 국내외 전문가를 인용해 "북·러 군사협력으로 인해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시험대에 올랐고 중국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며 "중국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보다는 물밑에서 (북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장은 "중국으로선 현 상황에서 북한보다는 러시아와 물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신냉전 구도의 확산이 자국의 부상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거라고 보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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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EPA.

실제 중·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홍콩명보는 21일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북한군 파병) 사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중·러 정상회담 의제에 북한군 파병이 포함됐는지 묻는 본지 질의에 "공개할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안보 환경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북·러의 밀착을 불편해하는 중국의 입장이 한국과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료되면 '시한부'였던 북·러 밀착의 효용성도 급감하는 시나리오를 한·중 모두 내심 바라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중은 지난 5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방중을 시작으로 한·일·중 정상회의 서울 개최, 한·중 외교안보 대화, 한·중 외교전략 차관 대화, 아세안(ASEAN) 회의 계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등 고위급 소통을 숨 가쁘게 이어왔다. 하반기 이어질 한·중 간 고위급 접촉에서도 북·러의 선 넘은 밀착 견제가 한국 대중 외교의 '공략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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