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 '연수출 7000억달러' 꿈 멀어지나…&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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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몸살을 앓는다’는 말, 여전히 유효하다. 예전만 못하다 하더라도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경제가 완연한 침체에 접어들자 정부가 세운 ‘연 수출 7000억 달러’ 목표 달성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8일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이 1분기(5.3%)→2분기(4.7%)에 이어 3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분기(4.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목표(5%대 성장) 달성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의 4%대 성장은 간단히 볼 수치가 아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2.2%), 2022년(3.0%)을 제외하면 '천안문 사태' 직후인 1990년(3.9%) 이래 가장 낮다. 2010년(10.6%) 이후 내림세를 탄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장률이 6~9%대를 오가던 때와 비교해 격세지감이다.

중국의 부진이 남 얘기가 아니란 점이 문제다. 과거보다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주요 교역 상대다. 특히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산업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40%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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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5086억7000만 달러)에서 중국(978억71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9.2%다. 수출국 중 미국(951억1600만 달러, 18.6%)을 앞선 1위고, 3위인 베트남(430억2700만 달러, 8.4%)을 한참 웃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다른 주요 20개국(G20)과 달리 한국의 성장률은 중국의 직전 분기 성장률과 같은 방향(양의 상관관계)으로 움직인다. 연구원은 대중 수출이 20% 급감한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이 1.2%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4분기 중국을 둘러싼 상황도 좋지 않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무역 전쟁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대중 견제 기조에 있어선 미국 공화당·민주당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돼 중국산 완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높일 경우 한국도 타격이 크다.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이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중국 경제가 올해 4.8% 성장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4.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은 수출이 더 어둡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7일 “중국이 (수출이 아닌) 소비자 위주 경제 모델로 바뀌지 않을 경우 중기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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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정부가 올해 초 야심 차게 내건 ‘최초로 수출 7000억 달러,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 달성’ 목표의 전제는 중국 시장에서 선전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 행진하며 기대감을 키웠는데, 중국의 경기 침체란 ‘복병’을 만났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328억 달러)은 1년 전보다 2.9%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5086억7000만 달러)을 고려하면 남은 두 달여 동안 연간 수출 목표의 25%를 채워야 한다.

지금까지보다 수출 실적을 더 내야 하는데, 상황은 나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도 함께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며 “연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씨티·HSBC·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한국의 수출 성장세에 대한 ‘피크 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중 수출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시장을 공략하는 노력과 함께 차이나 리스크에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범용 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간재 대신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급 완제품 위주로 대중 수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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