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93세' TSMC 창업자 "이젠 칩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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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유 무역은 죽었다. TSMC는 요충지가 아닌 전쟁터다.
93세의 TSMC 창업자 장충머우(모리스 창) 박사가 전 직원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타이페이타임스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장 박사는 지난 26일 대만 신주 현에서 열린 TSMC 연례 체육대회 축하 연설에서 “2024년 TSMC가 기술 리더십, 제조 우수성, 고객 신뢰로 기록적인 해를 보낸 것을 축하한다”라면서도 “가장 힘든 도전이 다가오고 있고, TSMC는 진짜 병사들이 싸워야 하는 곳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에 “TSMC는 지정학적 전략가들의 경쟁지”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전략 요충지를 넘어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장이 됐다는 얘기다.
장 박사는 “TSMC는 세계화가 죽고 세계 무역이 죽어가는 가운데 계속 성장해야 하는 도전을 만났으나, 우수한 팀과 리더십 덕분에 계속 기적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분업화 흐름을 빨리 포착한 ‘파운드리(위탁 제조)의 아버지’로 꼽힌다. 미국 등 선진국이 반도체 제조를 해외로 외주화하고 ‘설계(미국)-자동화(미국)-장비(유럽)-소재·부품(일본)-메모리(한국)-제조(대만)’ 등으로 분업화한 가운데 파운드리를 대만의 국가적 먹거리로 챙겼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며 분업화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각자의 반도체법을 통과시켜 보조금을 주며 자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기지를 유치하고 있고, 중국은 막대한 정부 자금을 쏟아부은 ‘반도체 자국화’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의 90%를 독점하는 TSMC의 전략이 중요함을 창업자가 언급한 것이다.
장 박사는 93세 나이에도 반팔 운동복 차림으로 경기장에 나타나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행진했다. 이날 TSMC는 생산직을 포함한 6만 여 직원들에게 체육 대회 보너스로 2만 대만달러(약 87만원)을 지급했다.
TSMC는 ‘반도체 자유무역 시대의 종결’ 흐름에 맞춰 미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TSMC 경영진은 투자자·협력사에 “미국 애리조나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장 수율이 대만 본토 수율보다 4%포인트 높다”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업체가 자사 수율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몸을 낮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장 박사가 직접 “미국 내 반도체 제조는 비효율적”이라고 말하는 등 TSMC가 미국 팹 건설에 소극적이라는 시선을 불식하려 한다는 것. 지난주 미국 수출 규제 대상인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TSMC 부품이 나오자, TSMC는 이를 황급히 미국 상무부에 자진 통보하기도 했다.
한편, 인텔의 추락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곤혹스럽게 됐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NYT는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1년간 구글 등 미국 빅테크에 ‘인텔 파운드리와 거래하라’ 요청했으나, 인텔 기술이 TSMC만 못해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일한 첨단 반도체 제조 기업 인텔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2년 서명한 칩스법의 최대 수혜자로 200억 달러(약 27조원) 이상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정작 기술 문제로 인텔의 사업이 악화되자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우려에 빠졌다는 것.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큰돈만 쓰고 실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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