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북제재에 '파병금지' 없다…북한군, 러 전선 투입 초읽기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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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병으로서 실제 전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받던 북한 병력이 격전 중인 서쪽 전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특수전사령관 출신의 김영복 북한 인민군 부총참모장이 책임자로 파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와 북한은 양국 간 새 조약을 파병 정당화의 근거로 삼으려는 태세다. 북한군을 실제 교전 중인 전장에 세우려는 준비가 안팎으로 착착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3일 쿠르스크에 선발대가 도착한 북한군은 매일 수천 명이 충원되고 있고, 28일에는 5000명이 집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영토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주 초 정도에 북한군이 전장에 배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달 초에서 중순 사이에 북한군이 처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고, 동부에서 분산돼 훈련을 받고 있다고 파악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정보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군은 불과 몇 주간의 훈련만 거친 채 실전에 투입되는 셈이다.
러시아가 이들의 이동을 서두르는 듯한 정황도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NYT에 “북한군이 일류신 Il-76 수송기를 통해 서부의 군 비행장으로 이동한 후 전투 지역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열차 등이 아니라 곧바로 수송기까지 띄운 것으로 미뤄 배치 시점을 이미 정해놓고 그에 맞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 부대의 총책임자로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3성 장군)을 파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입수한 러시아 측의 ‘북한군 파병 간부 리스트’를 근거로 “명단의 최상단에 김영복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24일 러시아에 체류한 것이 확인된다”고도 했다.
김영복은 러시아에 파병된 특수전부대 11군단(일명 ‘폭풍군단’)의 군단장을 지냈고, 지난 2017년 상장 계급을 달며 특수작전군사령관이 됐다. 2021년 6월 부총참모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그를 김정은의 측근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열병식 등에 간간이 등장한 것 외엔 북한 관영 매체들이 크게 부각하지 않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의 군 관련 행보에 동행하며 공개 석상 노출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 건 올해 들어서다. 3월 인민군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 방문 등이다.
특히 국정원은 김정은의 지난 2일 특수전부대 훈련기지 현지지도를 이번 파병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했는데, 김영복이 이날 바로 옆에서 수행했다. 김정은이 ‘신임하는 군부 실세’를 보낸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를 주변에서 노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문상균 서울디지털대 교수(전 국방부 대변인)는 “김영복의 투입은 북한이 정규전이 아닌 특수 임무에 투입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전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군 당국은 김영복의 파견이 곧바로 북한군의 단독 작전 수행을 뜻하는지 여부는 신중하게 보고 있다. 한 군 관계자는 “현재 북한군의 활동 수준을 볼 때 김영복도 파병 부대에 대한 현지 연락관 역할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상 국가의 경우 해외 파병시 부대 구성이나 지휘 체계 등은 파견국과 조율은 하지만, 본국의 결정 사항이다. 북한군 파병은 ‘위장 파병’에 가깝다고 군이 보는 이유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은 러시아군의 통제 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CNN 방송은 쿠르스크 주둔 러시아 여단 장병들이 내부 교신에서 “북한군 30명 당 러시아 고위 장교 3명, 통역 1명을 투입한다”고 불평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통상적이지 않다. 통상 소대급 30~40명을 위관급 장교 1명이 지휘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비효율적인 편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미숙한 북한군 병사들을 제대로 훈련하기보단 전장의 ‘총알받이’로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단순한 후방 지원 임무를 맡기는 것이라면 이처럼 촘촘하게 통제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젊은 군인들의 탈북을 막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동시에 북·러는 대외적으로 파병 논리를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4조를 가리켜 “이 조항으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4조는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25일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담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에 “그러한 일(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밝혀 가정법을 동원해 사실상 파병을 시인했다.
양국이 이처럼 나란히 대놓고 ‘범죄 행위’를 시인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명시적으로 ‘파병’을 금지한 조항은 없다는 점을 악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북한의 파병이 안보리 결의 2270호(북한 군대의 작전수행 능력 발전에 기여하는 모든 품목 수입 금지, 군사 훈련을 위한 북한 훈련관 초청 금지), 1718호(무기 수출입 금지), 1874호(무기와 관련 물자 및 서비스 등 수출입 금지) 등에 위반된다고 본다. 앞선 불법 무기 거래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졌다는 측면에서다.
그럼에도 북·러가 당당한 건 유엔 안보리가 이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제재 위반 여부는 안보리 산하 제재위원회가 판단하는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제재위에서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눈길을 끄는 건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아직도 파병을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파병으로 인한 내부 동요를 우려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새 조약 비준 등 법적 근거부터 쌓은 뒤에야 일반 주민에게 알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는 26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에 파병되면 치즈나 우유같은 것을 많이 먹을 수 있어 배고프지 않겠다는 정도로만 (북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며 “전투에 참가하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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