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바닥만 2년, 아직도 싸다"…27년째 돈 올려준 배당 귀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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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다진’ 미국 상장 리츠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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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아니어도 서울 도심 빌딩이나 미국의 오피스 건물주가 돼 임대료를 받는 방법이 있다. 바로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투자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 수익을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회사다.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일반 주식 종목처럼 사고팔 수 있다. 골치 아픈 건물 관리를 할 필요 없이 꾸준히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 인기다. 배당률도 높은 편이라 증시가 불안할 때엔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힌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리츠의 방어력은 종이 방패 수준이었다. 금리가 치솟는 바람에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 리츠 주가가 급락해서다.

그동안 리츠 투자자가 애타게 기다렸던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난달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대표적 금리 인하 수혜주로 미국 리츠를 꼽는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157개, 시가총액 1조2230억 달러(약 1650조원)에 달한다. 아직 초창기인 국내 상장 리츠(24개, 8조5000억원)보다 규모가 월등하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국내는 주택·오피스에 70%가 몰려 있지만, 미국은 물류,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등 14개 섹터에 걸쳐 골고루 분포한다.

종류가 많을 때는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중앙일보 머니랩은 수많은 미국 상장 리츠 가운데 어떤 섹터가 이번 금리 인하기에 가장 주목받는지, 핵심 종목은 뭔지를 분석했다. 미국 건물주가 돼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고 싶다면 꼭 체크하기 바란다.

고금리때 위축된 미국 리츠…반등 시작했지만 아직 저렴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은 53.8% 상승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 리츠는 4.6% 하락했다. 주식시장이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급등하는 동안 리츠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금리다. 리츠는 부동산을 인수하고 개발하기 위해 대출 등 부채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2022년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치솟아 높은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여기에 미국 상업용부동산(CRE) 시장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공포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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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그런데 2년간 리츠가 바닥권에서 헤맨 덕에 현재 리츠의 주가는 다른 주식에 비해 저렴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식의 가치는 보통 주가수익비율(PER)을 보지만, 리츠는 주가 대비 배당가능이익(P/FFO)을 주요 지표로 삼는다. 시세차익이 핵심인 주식과 달리 리츠는 배당 여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츠 주가가 하락하면서 최근 미국 리츠의 P/FFO는 16.2배로 역사적 평균에 비해 10% 이상 낮은 상태다. 너무 많이 오른 미국 주식이 부담스럽다면 아직도 싼 리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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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 10위 목록을 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리얼티인컴’이란 이름이 보인다. 이 종목은 매달 배당금을 주는 리츠다. 이달에는 주당 0.26달러를 지급했는데, 연간으로 치면 3.12달러를 주는 셈이다. 현재 주가(약 62달러)를 고려하면 5.03%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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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그런데 고금리 시기에는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조차 5%를 넘었다. 4~6%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하는 리츠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운영난을 겪은 일부 리츠는 배당금을 축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게 되면 리츠의 배당 매력이 다시 높아진다. 전미리츠협회(NAREIT)가 1974년 이후 미국의 아홉 차례 금리 인하 시기(3개 분기 이상 인하)를 분석해 보니, 리츠 성과가 주식과 사모부동산을 압도했다. 통화 긴축정책 종료 이후 첫 분기 만에 리츠의 수익률이 주식을 앞서기 시작했고, 4개 분기(1년)가 지난 뒤에는 사모부동산 10.5%, 주식(S&P500) 17.3%, 리츠 20.9%로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다.

‘AI 수혜’ 데이터센터 유망…헬스케어 리츠도 노릴만 

물론 금리 인하 이전부터 주요 리츠 주가는 반등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을 보면 부동산 섹터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S&P500 전체 업종 중 두 번째로 많았다. 다만 아직 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재무 구조가 우량한 대형 리츠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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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데이터센터 리츠는 ‘성장형 리츠’로 불린다. 다른 섹터가 부진했던 최근 2년간에도 데이터센터 리츠는 생성 AI(인공지능)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크게 성장했다. 데이터센터 리츠의 양대 산맥은 에퀴닉스(EQIX)와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DLR)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생성 AI가 주도하는 강력한 수요와 함께, 전력량 제한으로 무제한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리츠는 계속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를 위한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펀드를 출범시킨다고 밝혔고, 이달에는 에퀴닉스가 캐나다연금(CPPI) 등과 합작해 15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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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이처럼 큰손 기관 투자 자금이 데이터센터에 몰려드는 건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DLR, EQIX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높이면서 “올해 DLR은 20% 가까이 올랐고, EQIX도 10% 올랐지만 엔비디아나 이튼(Eaton) 같은 AI 관련 반도체, 에너지 기업에 비하면 여전히 상승 여력이 크다”고 했다.

데이터센터와 함께 가장 성장성이 높은 섹터로 지목되는 것이 헬스케어 리츠다. 의료시설이나 노인 주거시설 등에 투자하는 헬스케어 리츠는 미국 고령인구 증가로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특히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과 주식 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높은 헬스케어 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세대”라며 “금리가 인하되면서 시니어 하우스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 당분간 임대 수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리테일 리츠 부활도 주목…27년째 배당 늘린 종목도 

헬스케어 섹터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웰타워(WELL)다. 미국 최대의 노인 주거, 의료 시설 리츠인 웰타워는 미국에 1654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의 71%가 노인 주거시설, 20%가 의료시설에서 나온다. 현재 주가는 연초 대비 38% 올랐지만, 노인 주거시설 입주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민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웰타워는 최근 배당금을 10% 인상했다”며 “장기 성장성을 고려하면 변동성이 큰 장세를 방어해 줄 종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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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마트나 식당 등 리테일 리츠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넷리스(Net lease) 리츠’가 어려움을 겪었다. 넷리스 리츠란 건물을 단일 임차인에게 통째로 빌려주면서 세금과 보험, 운영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만 받는 형태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리얼티인컴(O)이 바로 넷리스 리츠다. 리얼티인컴은 최근 108분기 연속 배당금을 인상해 온 대표적인 ‘배당 귀족주’다. 편의점·식품점·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을 보유해 리스크를 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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