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텔, 엔비디아 살 뻔했다…이들의 운명 가른 건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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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반도체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인텔과 엔비디아의 희비 혹은 생사를 가른 건 인수합병(M&A)이었다. 인텔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에서 일개 중앙처리장치(CPU) 업체로 만든 것도, 엔비디아를 일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에서 인공지능(AI) 대장 기업으로 만든 것도, 결정적인 M&A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엔비디아 걷어찬 인텔, 이젠 시총 36분의1

인텔이 2005년 엔비디아를 200억 달러(약 28조원)에 인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놓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 등 인텔 임원들은 앞으로 GPU가 AI 연산과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엔비디아를 인수하려 했지만, 인텔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인텔이 그런 대규모 인수 합병을 한 전례가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현재 엔비디아 시가총액(3조4710억 달러, 약 4820조원)은 인텔 시총(968억 달러, 약 134조원)의 36배다(25일 종가 기준). 심지어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의 개인 자산으로 인텔을 통채로 살 수 있을 정도다.

인텔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할 기회도 놓쳤었다. 지난 2017~2018년 오픈AI 지분 15%를 인수하려는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무산됐다는 것. 이렇게 인텔은 AI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를 연이어 차버리고, 이후 제품 개발 및 인수 결정에서도 잇따라 헛발질을 한 끝에 경쟁력을 잃어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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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멜라녹스 인수한 엔비디아, 35배 시너지

반면, 엔비디아는 결정적인 M&A를 통해 도약한 기업에 꼽힌다. 지난 2019년 3월 단행한 멜라녹스 인수는 엔비디아가 지금 누리는 AI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독주의 발판이 됐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정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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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인터커넥트 솔루션 기업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아야 월드먼 멜라녹스 창업자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1999년 창업한 이스라엘 기업 멜라녹스는 데이터센터용 연결 칩·솔루션을 알리바바·라인 같은 클라우드 업체에 공급하는 회사다. 이 회사가 강점을 지닌 인피니밴드 기술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어, 주로 수퍼컴퓨터나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사용된다.

엔비디아는 멜라녹스 인수가로 당시 회사 시총(930억 달러)의 8%에 달하는 69억 달러(약 9조5800억원)를 제시했다. 인텔도 멜라녹스를 인수하려 했으나, 엔비디아가 인텔보다 1억4800만 달러(약 2060억원)를 더 불러 간발의 차로 멜라녹스의 주인이 됐다. 당시 젠슨 황 CEO는 “홈런 딜을 이뤘다”고 했으나,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너무 비싼 값을 냈다고들 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기술적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엔비디아의 몸값은 기하급수적으로 뛰었다. 지난해 5월 엔비디아 시총이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하자, 외신들은 ‘93+7=1000(billion, 십억달러)가 됐다’며 ‘멜라녹스 매직’이라고 불렀다. 930억 달러인 엔비디아가 70억 달러 주고 멜라녹스를 샀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1000억 달러인데, 폭발적 시너지로 그 10배인 1조 달러 기업이 됐다는 것. 현재 엔비디아 시총은 3조5000억 달러를 코 앞에 둬, M&A의 시너지 효과는 ‘93+7=3500’로 35배 불어났다.

비결은 ‘스케일링(규모화)’이었다. 멜라녹스 창업자인 아야 월드먼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멜라녹스 인수로 엔비디아는 고객에게 일부 제품이 아닌 전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이것이 엔비디아가 놀라운 수익을 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멜라녹스 기술이 엔비디아의 개별 칩과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도로’ 격으로 사용된다는 것. GPU 파는 회사가 아닌 ‘AI 인프라 회사가 되겠다’라는 젠슨 황의 야심을 이룰 핵심 퍼즐이 멜라녹스 인수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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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나디아 칼스텐 덴마크 AI 혁신 센터장,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이 엔비디아 슈퍼컴퓨터 ‘게피온’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 엔비디아

주요 수퍼컴퓨터 회사들이 엔비디아 GPU와 멜라녹스 시스템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으나, 인수 당시에는 그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연산 성능은 급격히 올라갔고, 이들이 죄다 멜라녹스를 품은 엔비디아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영국에 이어 지난주에는 덴마크의 AI 수퍼컴퓨터 구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개별 칩이나 서버가 아닌 AI 시스템을 통째로 팔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멜라녹스 공동창업자 겸 CTO였던 마이클 케이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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