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사가 노벨상 휩쓰는 美비결...매년 의과학자 1000명 키운다 [닥터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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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콕스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가 MD-PhD 과정 학생들의 연구 실습을 지도하는 모습. 사진 Johns Hopkins Medicine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인류의 암 정복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지난 달 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 메디컬 캠퍼스에서 만난 안드레아 콕스 교수는 의과학의 발전 속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최고 의대로 꼽히는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의사 과학자(MD-PhD)를 키우고 있다. MD-PhD는 임상 의사가 되기 위해 따야 하는 학위인 MD와 일반 학문 박사 과정인 PhD를 동시에 밟는 의대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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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메디컬 캠퍼스에서 만난 안드레아 콕스 교수. 볼티모어=정은혜 기자

콕스 교수 역시 의사(MD)이자 의과학 박사(PhD)다. 현재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 반응을 손상케 하는 과정에 대해 연구 중이다. 그는 “MD-PhD는 임상의이기 때문에 환자의 샘플을 수집하는 데 용이하고, 실제 임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연구에 접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사 52명이 노벨상 수상…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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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미국 의대는 역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229명) 중 절반(109명)을 휩쓸 정도로 의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임상의 출신 수상자만 52명에 달한다. 독일(8명), 영국(8명), 스웨덴(7명), 일본(2명)보다 압도적으로 임상의 출신 수상자가 많다. 1901년 시작된 노벨 생리의학상은 초기에는 유럽 의사나 과학자들이 상을 받았지만, 미국에 의과학 패권을 빠르게 빼앗겼다.

이렇게 미국이 의과학 분야의 절대 강자가 된 배경에는 의사를 과학자로 키우는 양성 프로그램(MD-PhD)이 있다. 미국 대학들이 MD-PhD 과정을 본격화한 이후, 1990년대부터는 MD-PhD 과정을 거친 수상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미국에서 5명의 MD-PhD 통합 프로그램 이수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의대생 10%가 의과학자 8년 코스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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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존스홉킨스 메디컬 캠퍼스. 의대와 병원 외에도 수많은 연구 건물이 모여 있다. 볼티모어=정은혜 기자

존스홉킨스 의대 역시 세계적인 의과학자를 배출하는 곳으로 꼽힌다. 의대 입학생 120명 가운데 10%가 MD 과정(4년)의 두 배에 달하는 MD-PhD 과정(8년)을 밟는다.

남북으로 800m, 동서로 600m에 달하는 메디컬 캠퍼스는 하나의 ‘의과학 마을’처럼 구성돼 있다. 병원, 의대, 간호대 외에도 수많은 리서치(연구) 빌딩이 자리해 임상 연구를 한다.

콕스 교수는 “존스홉킨스는 MD-PhD뿐 아니라 의과학 박사(PhD) 과정도 매우 강력해서, 의대 학생들과 박사 과정 학생들이 뛰어난 의과학 분야 멘토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연구를 한다”며 “연구와 임상이 활발하게 소통하는 환경은, 연구자로서뿐 아니라 임상의로서 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감각도 발달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대가 있는 밀러 리서치 빌딩 카페테리아에서 MD(임상의), 의과학 PhD(박사), MD-PhD가 뒤섞여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경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앤서니 콜린스는 “사람들의 우울증을 해결하고 싶어서 신경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며 “MD-PhD 과정 학생들과 코호트 연구(집단 연구)를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했다.

매년 의과학자 1000명 양성 “임상 문제를 과학적 관점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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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 메디컬 캠퍼스 밀러 리서치 빌딩에서 만난 앤서니 콜린스(신경과학과 박사 과정) 학생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볼티모어=정은혜 기자

정부에서도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올해 MD-PhD 과정 지원금만 6400만 달러(약 865억원)를 집행했다. NIH의 개미 앨리슨 박사는 “매해 1000명이 MD-PhD 과정을 밟고, 수료자의 80%가 의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루비오 NIH 소속 박사도 “우리의 목표는 의과학 연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잘 훈련된 MD, MD-PhD, PhD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특히 매우 길고 힘든 과정인 MD-PhD를 지원하는 이유는, 이들이 임상에서 떠올리는 문제의식을 과학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과학, AI와 함께 미 경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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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해 1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mRNA 백신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런 투자 덕에 의과학은 인공지능(AI)와 함께 미국 경제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팬데믹 기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2년간 680억원(90조원)을, 뒤이어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도 2년간 360억 달러(47조원)를 벌어들였다.

mRNA는 지난해 노벨상을 받은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MD-PhD)의 연구 분야로, 그는 인류를 팬데믹에서 구출하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미국은 지금도 노화 방지, 유전자 편집,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한 백신 개발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로렌스 브라스 교수도 미국의 MD-PhD 교육 과정이 자리를 잡으면서 의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스 교수는 “현재는 펜실베이니아 의대에서만 신입생 150명 가운데 30명이 MD-PhD로 졸업한다”며 “1950년대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성장해 많은 데이터가 쌓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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