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수학=딱딱하고 어려운 과목' 편견 깨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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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기와 곡선부터 스마트폰까지
일상 속 수학, 세상을 이해하게 돕죠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라며 지레 겁먹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학은 우리 일상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물건 계산할 때나 요리할 때, 이동 시 거리와 속도를 계산할 때 등 수학은 늘 우리와 함께해왔죠. 특히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수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는데요. 그렇다면 ‘수학적 사고’는 무엇이며 수학을 더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노원수학문화관을 둘러보고 고등과학원 수학부 김상현 교수를 만나 봤습니다.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수학편』 표지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학생들에게는 패턴이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싫어지고, 싫어지면 성적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한 과목이 수학이다”라고 쓰였어요. 이렇듯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수학을 시험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지난 13일 종로학원은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중학교 3277개교의 1학기 내신 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학기 중학생 3명 중 1명 이상은 수학 내신에서 최하 등급(E)에 해당했다고 밝혔죠. 각 학교는 매년 9월 말 학교알리미를 통해 내신 평균점수와 성취도별(A~E등급) 분포 비율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중학교 시험 성적은 90점 이상 A, 80점 이상 B, 70점 이상 C, 60점 이상 D, 60점 미만 E등급으로 표기해요.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학교 수학 내신시험 평균점수는 68.6점으로 집계돼 주요 과목 중 가장 낮았죠. 이렇듯 수포자가 점점 느는 이유는 수학은 딱딱하고 어려운 과목이란 인식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면 잘할 수 있고, 잘하면 더욱 재미있어지는’ 과목 또한 수학이기에 학생들 흥미를 돋우는 게 중요해요.
노원수학문화관에 가다
2019년 8월 문 연 노원수학문화관(이하 문화관)은 수학 대중화를 위해 조성된 체험학습관으로 다양한 수학 콘텐트를 마련했어요. 박서후·정하은·조성윤 학생기자가 문화관에 들어서자 0부터 9까지의 수를 색으로 표현한 형형색색의 '파이 팔레트'가 이들을 맞아줬죠. "이 색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라는 성윤 학생기자 질문에 강신현 해설사가 "수학에서 상징성 있는 원주율 파이(π)의 숫자를 색으로 바꿔 표현한 전시물이에요. 각각의 색을 육각형 스크린에 연출해 파이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나타낸 거죠"라고 설명했죠.
"노원수학문화관의 특징이 궁금해요"라는 하은 학생기자 질문에 강 해설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학전문체험관으로 접근성이 좋다는 게 특징이자 강점이에요. 그래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 학생들도 단체로 많이 방문하죠"라고 소개했어요. 이어 강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을 이끌고 '수학과 세상'이란 주제로 전시 중인 2층으로 향했죠. "이곳은 무심코 지나쳤던 일
상 속의 수학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전시실로 수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그 개념을 알아볼 수 있어요."
강 해설사는 '한눈에 보는 수학사' 전시를 가리키며 "혹시 아는 수학자가 있나요?"라고 학생기자단에게 질문했죠. 이에 하은 학생기자가 "뉴턴이요"라고 답하자 강 해설사는 "잘 아네요. 뉴턴도 중요한 수학자인데 수학이란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수학자가 여기 있는 탈레스죠"라면서 원주율에 대해 배웠냐고 되물었어요. 그러자 소중 학생기자단 모두 "원주율은 3.14죠"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죠. "여러분이 잘 아는 원주율을 최초로 소수 둘째 자리까지 계산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그리고 만유인력의 법칙 등 수학으로 우주 만물을 설명한 뉴턴, 또 수리물리학으로부터 수학을 분리하고 순수 수학의 길을 개척한 가우스를 3대 수학자라고 합니다."
‘이항분포기’ 코너로 소중 학생기자단을 안내한 강 해설사는 “동전 던질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개일까요?”라고 질문했어요. 그러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목소리로 "두 개요"라고 대답했죠. "맞아요. 그렇게 두 가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이항분포라고 해요. 이 체험은 구슬을 통해 이항분포 개념을 배우고 확률을 이해할 수 있게 했죠."
서후 학생기자가 구슬이 쌓이는 패턴 관찰을 통해 파스칼 삼각형과 이항분포의 개념을 알 수 있도록 마련한 이항분포기를 크게 돌렸습니다. 그러자 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15개로 나뉜 칸으로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구슬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떨어졌으나 결국 가운데 칸에 가장 많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었죠.
“구슬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떨어질 확률은 50%로 동일하나 구슬을 많이 떨어트릴수록 중앙에 구슬이 많이 쌓이고 양 끝은 적게 쌓이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경우의 수를 배우고 이항분포라는 개념을 알아가는 겁니다.”
이어 강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모양과 원리를 보여주는 전시를 소개했죠. "직선·포물선·원 4분의 1·사이클로이드 곡선까지 총 4개의 길에서 각각 공을 굴리면 어느 길이 가장 빠를 거 같아요?"라고 질문했어요. 이에 성윤 학생기자가 "곡선길이요"라고 답하자 강 해설사는 "그 곡선을 사이클로이드라고 해요"라면서 공을 굴려보라고 권했죠. 성윤 학생기자가 공을 넣고 레버를 당기자 사이클로이드 길로 공이 쪼르륵 내려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시작 지점을 보면 기울기가 다 다르죠. 직선이 가장 완만하고 사이클로이드가 제일 가파르게 돼 있어요.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직선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이유는 사이클로이드 곡선 면이 가장 크게 중력가속도를 받아서죠. 또 이 곡선의 마찰력이 가장 적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최단시간 강하곡선'이라고도 부르기도 해요." 강 해설사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 기와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활용했다며 "기와가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빗물이 기와에 스며들어 목조 건물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빗물이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가능한 줄여서 빨리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기와 모양을 사이클로이드로 만든 거죠"라고 설명했어요.
도형·자연·건축·음악·미술에 숨은 수학
소중 학생기자단은 '수학과 예술' 테마로 꾸며진 3층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이곳은 수학의 개념과 원리가 도형·자연·건축·음악·미술 등에서 어떻게 발견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죠. 3층 설명을 맡은 이수연 해설사는 먼저 여러 가지 매듭 체험을 통해 수학 개념을 엿볼 수 있는 전시로 안내했어요. "여러분 DNA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세요?"라고 묻자 서후 학생기자가 전시된 매듭을 손으로 콕 짚으면서 "이렇게 두 줄로 꼬여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맞아요. DNA나 이 매듭을 보면 꼬인 부분이 있는데 그걸 차점이라고 해요. 매듭은 이 교차점의 개수에 따라서 달라지죠. 교차점이 없는 매듭을 영매듭, 세 개면 세잎매듭, 네 개면 팔자매듭이라고 해요." 매듭의 이론은 화학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얘기한 이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체험용 줄로 세입매듭을 직접 만들면서 매듭 특징을 알아보게 도와줬죠.
다음으로는 대칭·나선·프랙털(fractal) 등 자연에서 수학적 개념을 찾아보는 ‘자연 속에 숨은 수학’ 코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해설사는 "자연을 둘러보면 굉장히 많은 수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어요. 고사리, 숲, 리아스식 해안선 등이 이에 해당해요"라면서 전시된 그림을 가리켰죠. 성윤 학생기자가 "암모나이트랑 비슷해 보여요"라고 대답하자 이 해설사는 "많은 학생이 그렇게 답하는데 이건 앵무조개예요. 앵무조개의 나선형, 나뭇잎과 강줄기의 모양처럼 어떤 규칙이 존재하는데 이걸 '패턴'이라고 해요"라고 설명했죠.
"여기 있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에도 프랙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프랙털 구조는 부분의 모양이 전체의 모양을 닮아 있는 형태가 계속 반복되는 걸 말해요. 브로콜리뿐만 아니라 해안선·구름·우주 등 자연에서도 프랙털을 찾아볼 수 있어요. 또 우리 몸에도 프랙털 구조가 있는데, 어디일까요?"
서후 학생기자가 "뇌가 이런 모양이랑 닮았어요"라고 대답하자 이 해설사는 "정답이에요. 뇌도 구불구불한 프랙털 구조죠. 우리는 많은 정보 그리고 손끝, 발끝에 있는 신경을 모두 뇌에 담고 있어요. 엄청나게 많은 세포를 뇌라는 한정된 공간에 담기 위해서는 무한대로 늘어나는 구조가 필요하겠죠. 프랙털 구조는 저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인간의 뇌는 최대한 많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표면이 쭈글쭈글하게 만들어진 거죠"라고 말했어요.
"프랙털 구조는 눈꽃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먼저 정삼각형을 그리고 각 변을 삼등분해서 한 변의 길이가 삼등분한 길이와 같은 정삼각형을 붙여보세요. 이 과정을 반복해서 얻은 도형은 둘레의 길이가 무한히 늘어나지만, 넓이는 유한한 값을 갖게 돼요. 이를 '코흐 눈송이'라고 하죠. 눈꽃송이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반복해서 얻어진 모습임을 알 수 있답니다."
자연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은 다음에는 건축물에서 수학적 개념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죠. '수학으로 지은 구조'에는 그랜드 이집트박물관을 비롯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이 예로 전시됐고, 해당 건축물을 터치하면 실제 건축물의 사진과 수학적 원리가 팝업 영상으로 나와 시선을 사로잡았죠. 이 해설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가리키며 "이 성당을 만든 건축가가 누구죠?"라고 묻자 성윤 학생기자가 "안토니오 가우디요"라고 당당히 외쳤어요. "우와, 한 번에 잘 맞추네요. 제가 왜 이 분을 소개했냐면 현수선(양쪽을 고정한 끈이 중력에 의하여 이루는 자연스러운 곡선)과 마방진(가로·세로·대각선에 있는 각각의 합이 같도록 배열한 것) 등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했다고 해요. 가우디는 늘 '아름다운 형태는 구조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어요"라고 설명했죠.
다음으로는 '뫼비우스의 띠'를 살펴봤습니다. 이 해설사는 "뫼비우스가 뭔지 알아요?"라고 질문하자 하은 학생기자가 "무한대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어요. 뫼비우스는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없으며 직사각형의 마주 보는 한 쌍의 변을 반 바퀴 꼬아 만든 2차원 도형이죠. 이 해설사는 "뫼비우스는 독일 수학자인데요.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 뫼비우스가 파리를 잡기 위해 반 바퀴 돌린 띠의 양 끝을 서로 연결해 숙소 기둥에 걸어놨는데 다음 날 이 띠에 파리들이 잔뜩 붙었다고 해요. 이걸 보고 뫼비우스가 이 띠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면서 '뫼비우스의 띠'가 된 거예요"라고 했죠. 설명을 들은 후 소중 학생기자단도 그처럼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봤죠.
"뫼비우스 띠를 살짝 접으면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이 돼요"라고 이 해설사가 말하자 서후 학생기자가 "리사이클 마크랑 닮았어요"라고 대답했어요. "맞아요. 리사이클링이 재활용이잖아요. 계속 무한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뫼비우스 띠와 비슷한 마크를 붙인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사용 중인 뫼비우스의 띠를 찾아보자고 제안했죠. 성윤 학생기자가 "에스컬레이터가 뫼비우스 구조랑 닮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이 해설사는 "잘 아네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부분이 안쪽에서 꼬여서 반대로 나오게 돼 있죠. 한 면만 빨리 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뫼비우스의 띠 방식을 차용해 만들었다고 해요. 또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산대 위 컨베이어 벨트도 닳는 걸 막기 위해 반 바퀴 꼬아서 설치했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이렇듯 수학은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이 아닌 우리 일상 곳곳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을 수 있는 친근한 학문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고등과학원 수학과 김상현 교수를 만나 수학을 주제로 인터뷰를 이어나갔습니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학문”
어릴 때부터 수학과 사랑에 빠진 김상현 교수는 ‘수학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속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자는 생각으로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해요. 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달의과학기술인상을 비롯해 대한수학회의 상산젊은과학자상과 논문상, 서울대학교 우수연구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수학자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수학적 사고를 배운다는 것은 ‘질문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수학 문제를 놓고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라고 조언했죠. 그러면서 “문제 풀이의 결과가 아닌,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어떻게 확장하고 구체화하는지를 통해 수학적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Q. 하은: 수학을 실생활에서 자주 쓴다는데, 구체적인 예로 무엇이 있을까요.
수학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수학적 개념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죠. 물건의 값을 계산하거나 실험할 때 정확한 단위가 필요하잖아요. 이렇게 수학의 쓰임이 많은데 '수학이 없어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접근이 쉬울 거 같아요. 수학이 없어지면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의 문명이 사라지겠죠. 기차도 달리지 못하고 금융시장이 붕괴할 거고 또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도 사용할 수 없게 될 거예요. 이렇듯 현대 문명에서 수학이 안 쓰이는 곳은 거의 없답니다.
Q. 성윤:고등과학원이 뭐 하는 곳이고 고등과학원 교수님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과학 연구는 실험과 이론 연구로 나뉘는데 고등과학원은 이론을 연구하는 곳이에요. 연구 실험은 현미경으로 생물을 관찰한다든지 혹은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든지 이런 식으로 실제 실험을 하는 건데 이론은 생각만으로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우리는 크게 수학 이론·물리·전산을 연구하는데 이런 과목에 관심이 많고 흥미를 느껴 공부를 해나가다 보면 나중에 고등과학원 교수가 될 수 있어요.
Q. 서후: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궁금해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이유는 시험 때문이겠죠. 수학은 그 자체로는 미워하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어요. 여러분은 미술이나 축구가 어렵다고 싫어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수학은 시험이랑 연결돼 있으니까 아무래도 어렵고 힘들겠죠. 시험 자체가 학생들한테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는 동기를 주는 건 좋지만 잘못하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가 되는 거 같아서 이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Q. 서후: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까요.
중요한 질문이에요.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있는데요. 많은 수학 문제를 풀기보다는 적은 수의 문제를 혼자 힘으로 풀라고 얘기해요. 수학 문제는 난이도에 따라 어느 때는 잘 풀릴 때도 있는데, 또 어느 날은 안 풀려서 끙끙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에요. 빨리빨리 새로운 지식을 쌓고 넘어가는 것보다 오래 고민하고 다양하게 시도하는 경험이 학생 때는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내가 중1인데 중1 수학이 어렵다면 초등 6학년 혹은 5학년 수학 문제를 스스로 풀고 해결하는 게 수학 공부에 더 도움 된다는 뜻입니다.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혼자 풀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해요.
Q. 하은: 교수님께서는 선행공부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점도 없진 않아요. 어떤 학생은 수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다 보면 평균적인 진도로 나가는 학교 수업은 지루하다 느낄 수 있어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과서는 학생들한테 꼭 필요한 내용을 추려놓은 거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수학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는 흥미가 떨어질 수 있죠. 이런 학생에게는 선행 공부가 학습 의욕을 높여주고 수학에 더 큰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러나 단점은 불필요한 경쟁심이 생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선행을 안 하면 마치 뒤처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점들이 선행의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하은: 저는 수학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데 저 같은 경우 어떤 학습 방법이 좋을까요.
저도 학원에 다니지 않았는데요. 혼자 공부한다는 게 꼭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죠. 하지만 학원을 도움받는 곳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사교육이 과열되면서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곤 하는 게 아쉬운 점이죠. 혼자 공부한다면 좋은 문제집을 추천받아서 빠짐없이 풀어보고 틀린 문제를 꼭 다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요. 또 거의 풀었는데 틀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나기 마련인데 그럴 때 꼭 복습해야 해요. 이렇게 다시 문제를 보게 되면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수학 실력도 올라가기 때문이죠.
Q. 성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수학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AI가 사람보다 수학을 더 잘하게 될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수학은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학문이에요.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가 수학이기 때문에 컴퓨터 같은 기기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풍성한 삶을 살 수 없어요. 수학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겠죠.
Q. 서후: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요.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게 무척 중요해요. 문제를 풀건 안 풀건 간에 문제를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저도 못 푸는 문제를 두고 끝까지 버텼던 건 아니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노력하다 정답지를 본 적은 종종 있어요. 안 풀린다고 무작정 답부터 확인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문제 하나쯤 못 풀어도 괜찮거든요.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훨씬 소중하고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Q. 성윤: 수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학교 정규 과정도 좋지만, 수업 전체를 조망하는 대중 서적에도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요새는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읽어 보면 수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부끄럽지만 제가 쓴 『수학은 상상』도 있고 김민형 교수님이 쓰신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등 여러 책이 있는데요. 이런 책을 보면 수학이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하고 수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세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상현 교수님은 수학 공부법에 대해 “학생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많은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보다 적은 수의 문제라도 충분히 고민하고 다양한 풀이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해주셨죠. 한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풀이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이 깊이 와 닿았습니다. 또 노원수학문화관에서는 산업현장과 실생활에서도 수학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수학문화관은 수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었죠. 소중 친구 여러분도 노원수학문화관 방문으로 수학의 새로운 세계를 보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서후(서울 일원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매우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김상현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역시 오래, 그리고 다양하게 수학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죠.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문제를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더 값지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리면 충분히 고민하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마음으로는 끝까지 해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 때는 교수님의 조언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원수학문화관에서는 다양한 수학의 원리들을 쉽게 볼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해설사님들의 자세한 설명을 듣다 보니 신기하고 다채로운 수학의 여러 면을 볼 수 있었고요. 이 기사가 많은 소중 독자들과 학생들의 수학 공부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
평소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수학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번 취재는 수학 내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수학은 문제로만 생각했었는데, 김상현 교수님을 만나 수학이 세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배웠죠. 수학 시험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수학문화관에서는 개념으로만 보던 수학을 손과 눈으로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아직 모르던 새로운 부분도 미리 볼 수 있었고 여러 가지 현상이나 원리도 엿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이항분포기는 수학과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전에 배운 확률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머릿속에 쏙 들어왔죠. 수학이 교과서가 아닌 곧 세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취재였습니다.
조성윤(서울 개일초 4) 학생기자
동행취재=박서후(서울 일원초 5)·정하은(서울 당현초 6)·조성윤(서울 개일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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