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도체법 비판한 트럼프 "고율 관세로 공장 공짜 유치"…눈치보는 빅테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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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對)미 투자를 이끌어내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주는 건 나쁜 거래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돈 한 푼 주지 않고도 이들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센트도 줄 필요 없다. 알아서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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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스터빌-트레보스의 한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해 감자튀김을 만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5일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그 칩(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며 “우리는 부유한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그들은 어차피 우리한테 좋은 기업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10센트도 낼 필요가 없었다”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공장을 무료로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난 ‘여러분은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여러분의 공장을 미국에 짓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에게 공장을 짓는데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피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란 논리다.

지난 2022년 8월 의회의 초당적 합의로 제정된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5년간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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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훔친 95% 반도체 사업 대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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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에 TSMC 간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 법에 따라 지난 4월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으로 64억 달러(약 8조 7600억원)를 받기로 했다. 미국 인텔(85억 달러), 대만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보조금 규모다. SK하이닉스도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를 지원받기로 돼 있다.

트럼프는 또 “이들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하다.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그게 지금 대만에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겨냥했다. 그는 “대만은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데 그건 오로지 우리의 멍청한 (미국) 정치인들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잃었다”며 “그들(해외 반도체 기업)이 자기 돈을 미국에서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보호하기를 원하고 보호를 원한다. 그들은 보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글·아마존·애플·메타, 트럼프에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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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국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N에 따르면 빅테크 CEO들은 트럼프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 개선을 시도 중이다. 트럼프는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전화해 지난 20일 자신의 맥도날드 방문에 대해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피차이가) 맥도날드 건은 우리가 구글에서 경험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최근 트럼프와 접촉했다. 관련 소식통은 CNN에 아마존 측이 먼저 통화를 요청한 것이며 “일반적인, 안부를 전하는 성격의 대화였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트럼프에 대한 첫 암살 시도가 이뤄진 지난 7월 이후 두 차례 통화했다. 저커버그는 당시 트럼프의 총격 사건  대응에 존경을 표하며 회복을 기원했다. 팀 쿡 애플 CEO도 트럼프와 최근 통화를 했다. CNN은 빅테크 기업 CEO들의 이런 행보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해 그와 다시 관계를 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입장은 느긋하다. 언론 인터뷰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CEO들과의 대화 내용을 자랑하고, 과거와 달리 이들 기업을 칭송하는 등 상황을 즐기고 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던 저커버그에 대해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훨씬 나아졌다”며 “난 그가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실제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도 팀 쿡 애플 CEO와 애플의 유럽 과징금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제대로 된 대통령을 갖게 되면 이들 기업 모두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자신이 당선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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