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장난 염수분사기에 미끄러져 사망…법원 "시청 책임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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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5일, 오토바이를 타고 경기도 김포의 한 도로를 달리던 A씨는 중심을 잃고 크게 넘어졌다. 비나 눈이 오지 않는 날이었는데도 도로에는 물이 고여 있었던 탓이다. 사고 이틀 전 이 도로에 설치된 염수분사장치가 고장나면서 새어나온 물이었다. 염수분사장치는 폭설 때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노즐에서 염수를 뿌려 결빙을 방지하는 설비다. 겨울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지만 A씨에겐 반대로 사고의 원인이 됐다.
병원으로 후송된 A씨는 장기 손상 등으로 크게 다쳐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5일 만에 숨졌다. 닷새간 발생한 약 6700만원의 치료비 중 A씨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6300만원은 건강보험 처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 김포시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김포시의 도로 관리 부실로 공단에서 A씨 치료비를 지급했으니, 이 금액을 김포시가 변제하라는 것이다. 국가배상법 제5조는 “도로·하천 등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발생했을 때는 국가나 지자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심 법원은 김포시에 약 70%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A씨 오토바이가 도로에 퍼져 있는 액체를 지난 뒤 갑자기 흔들리면서 미끄러진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오토바이가 시속 약 90㎞의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고, 도로가 우측으로 약간 굽은 도로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고의 주된 원인은 도로의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사고 전날 도로보수원이 작성한 작업일지에 ‘염수 터짐’이라고 쓰여 있는 점, 도로 옆 고무대야에 누수된 물이 가득 차 있었던 점도 김포시의 관리 하자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김포시 측은 항소했다. “전적으로 A씨의 과속, 전방주시 태만 등의 운전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라는 게 김포시의 항변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역시 김포시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 변성환·양형권·황순교)는 지난 2일 이 사건 항소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다만 여러 상황을 따져 김포시의 책임을 40%로 줄였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도로에 누출된 염수가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직후 A씨 뒤를 따르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전날에도 같은 구간에서 승용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있었다”며 “사고 하루 전부터 염수가 누출되는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김포시는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 역시 안전한 속도로 운행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시속 약 100㎞의 속도로 운행해 사고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며 김포시 측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이 사건 도로의 최고제한 속도는 시속 60㎞로, 사고지점 전에 속도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고 ‘천천히’라는 주의 문구 역시 표기돼 있었는데 A씨가 과속했다는 것이다. 판결에 양측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지난 23일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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