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첫 비전공유회에서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올 3분기에 전 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탈출’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잇달아 대규모 배터리 수주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감소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1.6%, 129.5% 증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4660억원을 제외한 영업손실은 177억원으로, 지난 분기(2525억원 손실)보다 대폭 줄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출하량 증가에 따른 전사 가동률 개선, 메탈가 하향 안정화로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을 상당히 개선했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포드와 상용차용 삼원계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규모는 13조원대로 알려졌다. 독일 벤츠와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46시리즈 배터리 수주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인학 소형전지기획관리 담당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오창 4680 신규 라인 양산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4분기 샘플 양산을 시작으로 주요 고객사와 공급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최근 공급 계약 발표 고객 외에도 다수의 고객사와 다양한 46시리즈 제품 공급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에는 주요 완성차 업체의 재고 조정에 따른 물량 감소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대규모 수주가 반영되는 시점은 2026년 이후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운용 최적화와 시설투자 효율화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창실 CFO는 “투자 속도 조절을 통해 과잉 캐파(생산능력)를 막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시설투자 집행이 상당 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배터리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LG에너지솔루션

변수는 다음달 5일 나올 미 대선 결과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세액공제액 제외시 적자를 낼 정도로 APMC 의존도가 큰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혜택 축소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기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당선돼 상하원을 장악해도 이미 공화당 하원 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지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며 “IRA 보조금만 살아있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업황 개선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테슬라의 미국 판매 성장세는 올해 –7%에서 내년 12%로 반등할 것”이라며 “내년 미국·유럽의 전기차 업황 반등이 예상되고, K배터리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시장에서도 훈풍이 감지된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현행 대비 20% 강화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공개된 EU 차기 집행위원단에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부총리 겸 친환경전환부 장관 등 ‘친(親) 전기차’ 인사가 줄지어 내정된 점도 업계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