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총선 여당 ‘과반’ 실패에 엔화 출렁…엔화, 석달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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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치가 석 달여 만에 달러당 153엔대로 추락했다. ‘이시바 내각’이 위기에 처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미국 달러를 사들이면서다. 엔화 약세와 되살아난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국내 외환시장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화가치는 한국시간으로 28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달러당 152.3엔)보다 달러당 1.37엔 하락한(환율은 상승) 153.67엔에 거래됐다. 이달 초(143.56엔)보다 10.11엔(7%) 급락했다. 뿐만 아니라 달러 대비 엔화값은 지난 7월 29일(154.03엔) 이후 석 달 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엔화가치가 추락한 것은 정치적 요인이 크다.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취임한 지 한달 만에 입지가 흔들리면서, 금리 인상,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을 내건 ‘이시바노믹스(이시바 총리의 경제정책 패키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랜 기간 집권한 자민당의 패배에 따른 ‘정치적 격변’으로 시장에선 일본 엔화를 팔고, 일본 국채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시바노믹스가 흔들리면서, 일본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는 엔화가치 하락을 압박했다. 야당은 완화적 통화정책과 엔화약세로 대표되는 기존의 아베노믹스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선거 직후 정치 불확실성으로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엔화가 약세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는 30~31일 예정된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션 현재 정책금리(0.25%)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가 12월엔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인상 시점이 미뤄지면 엔화 약세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탄탄한 경제와 트럼프 당선 리스크가 겹치며 되살아난 수퍼달러도 엔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간) 104.26에 거래됐다. 지난 8월 초 이후 석 달여 만에 104선을 뚫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심리 개선 등 경제지표가 잇따라 호조를 보여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이 시장 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가 당분간 엔화가치가 달러당 155엔까지 밀려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BNY(뱅크오브뉴욕멜론) 애널리스트들은 “총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달러당 엔화가치는 다시 155엔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와 트럼프발 수퍼달러는 국내 외환시장에도 변수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원화는 엔화 움직임에 동조화되는 경향을 띠는 데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원화값은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와 트럼프 당선 리스크,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불안 등이 겹치며 원화값은 달러당 14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국내 신용 리스크 안정세 등을 고려할 때 위험 신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3.7원 오른(환율 하락) 1385.5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엔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에 1390원 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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