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과외선생님을 가정부로 위장 고용"…시진핑도 못 잡는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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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교육 억제 방침인 ‘쌍감(雙減)’ 정책 시행 3년 차, 사교육 음성화로 교육 격차는 커지고 입시 부담감은 줄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셔터스톡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사교육 죽이기’는 순항 중일까. 중국의 사교육 억제 방침인 ‘쌍감(雙減)’ 정책 시행 3년 차, 현지 학부모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연구가 나와 이목을 끈다. 지난 25일 개최된 현대중국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다. 중국 정부 선전에 유리한 정책 만족도 조사만 넘치는 상황에서 익명으로 중국 주요 도시의 학부모들을 심층 인터뷰해 현지의 실제 상황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첫 세션 발제자로 나선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최원선 연구교수는 ‘시진핑 정부의 쌍감정책 시행 후 학부모들의 실질적 인식 및 정책 수용도’ 연구에서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지린(吉林)성·랴오닝(遼寧)성·저장(浙江)성 등 지역의 30~40대 중산층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 내용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의 소개에 따르면 본 조사는 지난 1일에서 12일까지 실시했고, 교육열이 높은 도시 위주로 학부모 7명을 선정해 약 60분 가량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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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양대 국제관에서 개최된 2024년 추계 공동학술회의 ‘시진핑 정부의 중국 위기 인식과 대응 방안’의 첫 세션 ‘현 시기 중국의 변화와 개혁 : 국방, 교육, 당-기업 관계’에서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최원선 연구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최 교수는 “의무교육 단계에서 중국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된 ‘쌍감’ 정책은 효과가 미미하고 되레 중국의 사교육 시장을 더 음성적으로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근본적인 입시 제도 개혁 없이 이 정책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분석에 따르면 ‘쌍감’ 조치 시행 후, 입시 부담이 적은 중국 소학교(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이나 숙제 등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입시를 앞둔 중학교에서는 여전히 선행 학습이 성행하는 등 정책 효과가 거의 없었다. 또 사교육 음성화에 따라 교육 정보 획득은 더 어려워지고, 경제적 수준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쌍감’ 정책의 여러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보면 한 학부모는 강제적인 시험 금지 조치 때문에 저학년 자녀의 학업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고학년이 된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낮아지자 그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낮은 수업료에도 방과 후 수업 준비와 학부모 민원을 모두 떠맡아야 하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해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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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학회, 인천대 중국학술원,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한동대 국제지역연구소, 인천연구원(인차이나포럼)이 주최하고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가 주관한 2024년 추계 공동학술회의 ‘시진핑 정부의 중국 위기 인식과 대응 방안’이 지난 25일 한양대 국제관에서 개최됐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최 교수는 중국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입시에 대한 불안감과 방과 후 수업 품질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농촌에 거주하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은 사교육을 아예 포기했지만, 대도시에 살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암암리에 웃돈을 주고 사교육을 하고 있어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대부분 중국 학부모가 ‘쌍감’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인 이유는 입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중국은 고등학교 입학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데, 사교육이 금지되면서 정보가 더욱 음성화됐고, 부자들만 고급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더 중요해졌다. 정책 시행 후 3년이 넘었지만, 중국 일반 학부모들은 정책의 효능보다는 불안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뿐 아니라 ‘쌍감’ 정책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학교에 영재반·우수반을 설치하면 안 되지만 일부 학교는 우등생을 따로 선발해 방과 후 수업을 명목으로 ‘우열반’을 운영하고 있다. ‘쌍감’ 조치 시행 후 한때 입주 가정부의 임금이 치솟았는데, 일부 고소득층 학부모들이 일대일 과외 선생님을 가사도우미로 위장해 고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이나 이웃끼리 서로를 고발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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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양대 국제관에서 개최된 2024년 추계 공동학술회의 ‘시진핑 정부의 중국 위기 인식과 대응 방안’의 개회식에서 민귀식 현대중국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최 교수는 그간 중국 국내 ‘쌍감’ 정책 관련 연구가 중국 정부의 선전 목표에 부합하는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만 치중했고 언론의 관심은 중국 사교육 업계의 몰락에만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에는 숙제나 시험 부담이 줄어든 학생들의 만족도가 90%를 넘는다거나 소도시·농촌 등지 학부모의 교육비 지출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많다.

이번 조사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 방식은 기존 단답형 설문조사나 양적 연구에서 간과할 수 있는 정책 효과에 대한 실제 학부모들의 의견과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 요소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 ‘쌍감’ 정책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공교육의 질 향상이나 수시 전형 확대 등 입시 제도의 개혁 없이 단순한 억지 정책으로는 학부모의 교육열을 꺾을 수 없다는 시사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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