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기의 이시바, 퇴임설 선긋기…연정 확대·무소속 영입 추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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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안전보장, 경제 환경 속에서 국정 정체는 허용되지 않는다.”
총선 참패로 단명 위기에 놓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28일 이렇게 말했다.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참패했지만 퇴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국민 생활, 일본을 지키는 것으로 직책을 완수하겠다”며 ‘단명 정권’ 우려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에 등 돌린 민심이 심상치 않은 데다 자민당 내에서도 퇴진론이 고개를 들면서 지난 1일 갓 출범한 이시바 정권이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년만의 여당 참패와 이시바
전날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191석을 차지해 12년 만에 자민당 단독 과반(233석)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24석)과 합해 연립 여당 전체로도 1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 수성에 실패했다. 이날 자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의 책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지금 정치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소리에 신속하고 적절히 응답하는 것”이라며 정권 운영 의지를 드러냈다.
이시바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다음달 특별 국회에서의 ‘총리 지명’이다. 일본 헌법 54조는 중의원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 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11월 중 특별 국회가 열려야 한다.
자민당에서 검토 중인 특별 국회 개원일은 오는 11월 7일. 이날 투표에서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총리 자격을 얻게 되는데 여당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이시바 총리에겐 불리한 상황이다. 만약 과반수를 득표한 사람이 없는 경우엔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통해 총리가 되기에, 이시바 총리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제1 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전 총리)가 경쟁자로 떠올랐다. 총선 결과 입헌민주당 의석은 종전 98석에서 50석 늘어난 148석이 됐다. 이날 노다 대표는 “총리 지명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시바, 연립 확대 나서나
이날 이시바 총리는 기존 공명당 외의 연정 확대 가능성에 대해 “현 시점에서 연립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민당 안팎에선 자민당이 연정 확대나 정책 연계 방식으로 외연 확대에 꾀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과거 일본에선 연립정권 확대와 의원 영입으로 정권 유지에 성공한 전례도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1996년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에 실패한 뒤 사민당 등에 손을 잡았다. 이후 1년에 걸쳐 신진당과 무소속 의원 12명을 영입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이 확보한 의석은 총 215석으로 과반(233석)에서 18석이 부족하다. 비자금 연루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한 자민당 출신 의원 중 당선된 의원은 총 6명으로, 이들이 재입당해도 과반을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는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을 연립여당을 넣는 방안 등이 회자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다르면 이날 오전 이시바 총리는 임시 당직자 회의의에 출석해 당선된 6명의 무소속 출마의원을 '사후 공천'할지, 연립정권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경쟁자인 노다 대표도 잰 걸음 중이다. 그는 이날 새벽 요시노 도모코(芳野 友子)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회장과 만나 총리 지명 선거를 위해 “다른 야당과 성의있는 대화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면담 후 노다 대표는 기자들에게 “내년 참의원 선거 준비를 포함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국민민주당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민주당의 반응은 아직 유보적이다. 같은 날 렌고를 방문한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외교 안전 보장과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등에 입헌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이시바 총리에겐 가시밭길이다. 내년 1월 국회 개원 이후엔 예산안 통과시켜야 한다.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도 부담이다. 지지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이시바 총리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기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제2차 아베 정권(2012년) 이후 자민당 1강, 야당 다약(多弱) 시대가 길게 이어졌다”며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그 구도에 변화가 온 것은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로 이어질지는 지금으로써는 불투명하다”며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향해 정국은 한층 유동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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