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물가 뛰자 “공사비 10% 이상 올려달라”…10곳 중 7곳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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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시공사 공사비 갈등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에서 기반시설·조경 담당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시공사의 증액 요구를 조합이 거부해서다. 일주일 가량 협상이 이어졌고, 결국 강동구 중재와 조합-시공사 간 타협으로 공사는 재개됐다.
앞서 이 단지는 2022년에도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의 공사비 분쟁이 벌어져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당초 2019년 2월 착공해 2022년 5월 준공 예정이었던 이 단지는 이보다 2년 반 늦은 다음 달 27일 입주를 시작한다.
이처럼 건설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발주자(조합·시행사 등)와 시공사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원가관리 전문기업 터너앤타운젠드코리아의 박장식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공사비 급등 시대, 건축 소비자는 보호받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발주자 2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최근 5년간 진행한 74건의 프로젝트 중 52건(70%)에서 시공사가 총공사비의 10% 이상을 물가상승 보상금으로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총공사비의 20% 이상의 증액을 요구한 사례도 18건(24%)이나 된다. 협상에는 대부분 3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결국 타협(36건·47%)을 통해 조정이 이뤄졌는데, 시공사 요구금액의 70~100% 범위에서 협상한 비율(37%)이 가장 높았다.
이는 시공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약 1.5배 상승했다. 하지만 실질 공사비는 2배가량 상승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장바구니 물가가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많이 오른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고급화 경쟁, 친환경 요소 반영 등 여러 요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2020~2021년 새 공사비(건설공사비 지수)는 15% 급등했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6% 올랐다. 실제 공사비가 절정에 달한 지난해 공사비 증액에 대한 요구가 65%로 가장 많았다. 터너앤타운젠드코리아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자잿값과 인건비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철근·레미콘·배관용스테인리스강관·FW-CV케이블 등 주요 자재 4개 품목의 가격은 최근 10년간 평균 51% 올랐다.
형틀목공의 인건비는 같은 기간 92%(14만3000→27만5000원) 급등했다. 이에 2014년 3.3㎡당 500만원 내외였던 업무시설 공사비는 올해 약 1000만원으로 두 배 올랐다. 주거시설 공사비 역시 같은 기간 3.3㎡당 360만원에서 최근 700만원으로 1.94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공사비 분쟁이 빈번해진 건 물가(공사원가) 상승분 반영을 놓고 발주자와 시공사 간 시각 차이가 나타나서다. 발주자는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물가변동 배제 특약(물가 상승분을 공사비 증액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는데도 시행사 측의 공사비 증액 요구가 빈번해지면서다. 김한수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개 발주자는 도급 계약서에 명시된 공사비가 최종 금액이라고 여기지만, 시공사는 이를 출발 금액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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