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민의 기업] [기고] 로코노미 열풍, 지역특화작목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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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노미(Loconomy)’가 대세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 합성어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상품을 소비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이천 햅쌀라떼’ ‘진도 대파버거’ ‘성주참외꿀스무디’ 등이 대표적인 예다.
로코노미의 중심에는 지역 특산물, 즉 지역특화작목이 있다. 지역특화작목 돌풍의 시작은 ‘딸기’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 딸기 재배 면적의 80% 이상을 일본산 품종이 차지했다. 연간 로열티만 약 32억원에 달해 농가 부담이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논산 딸기연구소, 대학, 농업인들과 힘을 모아 ‘딸기연구사업단’을 출범시켰다. 2005년 개발한 국산 딸기 ‘설향’은 국내 딸기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2023년 국산 딸기 보급률은 98.4%로 껑충 뛰었다. 딸기는 연간 1조4700억원에 이르는 생산액을 기록하며 국내 원예작물 중 으뜸 소득 작물로 자리 잡았다. 딸기는 ‘품종 독립’을 넘어 수출 효자 품목으로 성장했다. 중앙과 지방, 연구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특화작목연구소가 함께 이룬 농업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전국 42개 특화작목연구소는 1990년대부터 지역별 대표 브랜드를 육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성과에 주목해 2019년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국정 기조 아래 지역특화농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 결과, 10년간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 농가소득의 증가율이 일반 농가보다 5.4배 높았다. 지역농업의 미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성과다.
올해는 69개의 지역특화작목 육성 방향을 유지한 채 지역 간 중복성은 피하고 소비 경향과 시장성을 반영해 특화작목을 재편했다. ▶경기 선인장·다육식물 ▶강원 옥수수 ▶충북 포도 ▶충남 딸기 ▶전북 수박 ▶전남 유자 ▶경북 참외 ▶경남 단감 ▶제주도 키위 등이 선정됐다. 하나같이 우수한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갖춰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커나가리란 기대가 크다.
지역특화작목 육성 사업은 전국 균형 발전을 아우르며 농업인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R&D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재배부터 저장·유통·수출사업화까지 모든 가치사슬에 걸친 연구개발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지난 9월 23일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농촌진흥청,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9개 도 농업기술원이 공동 주관해 국회에서 열린 ‘지역특화작목 발전방안 토론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중앙과 지방 간 협업뿐만 아니라 지방 간 협력,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맞춤형 특화작목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딸기 품종 독립 사례를 잇는 새로운 스타성 품목을 발굴하고, 가공 또는 상품화를 거쳐 브랜드화·명품화하는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기업은 특정 상품을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 소비하는 과정에서 ESG 경영과 지역 상생이라는 기업 가치를 실천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일단 판로가 확보되니 안정적 소득이 보장된다. 청년 농업인이 지역특화작목에 이끌려 농촌에 터를 닦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면 ‘기업-지자체-농업인 상생’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국가적 난제인 지역 소멸 극복 방안을 지역특화작목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역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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