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선 후보 지지 중단에 20만 구독 끊긴 WP…베이조스 "대가 없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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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워싱턴포스트(WP)의 대선 후보 지지 표명 중단과 관련해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으며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WP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사설 초안을 썼지만, 사주인 베이조스가 게재를 거부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WP는 1976년 대선부터 1988년 대선을 제외하면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36년 만에 지지 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 이후 WP 전체 신문·디지털 유료 구독자 250만 명의 약 8%에 해당하는 20만 명이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하는 등 파장이 커지자 베이조스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조스는 이날 '불편한 진실: 미국인들은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WP가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해 온 관행을 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이 편향돼 있다고 믿는다"며 "(언론의) 대선 후보 지지는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언론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 지지를 끝내는 건 원칙적이고 올바른 결정"이라며 "대선 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순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WP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루이스는 "독립성 유지"를 이유로 "WP는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WP 안팎에선 전자 상거래, 우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를 소유한 베이조스가 당선이 유력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WP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케이건과 미셸 노리스 등이 사임했고, 전현직 기자들이 비판 성명을 냈다. 반면 트럼프 측에선 환영의 반응이 나왔다.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인 블루 오리진은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과 달 탐사에 관한 수십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은 상태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재임 시절엔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WP의 비판적 보도를 불편해했고, 2019년 베이조스의 이혼 스캔들과 관련해 그를 공개 조롱했다. 아마존은 2019년 미 국방부의 100억 달러(약 13조 8600억원)짜리 계약 수주전에서 탈락한 뒤 "트럼프의 명백한 압력 탓에 졌다"며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베이조스는 이런 의심과 관련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어떤 후보와도 협의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고 했다.
WP가 대선 후보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날 공교롭게도 블루오리진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림프가 트럼프와 만난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베이조스는 이와 관련 "이 일이 다른 프레임을 씌우려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소식을 접하고 한숨을 쉬었다"며 "나는 이 만남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베이조스는 "내가 제시하는 견해는 오로지 사실과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며 "2013년부터 WP 소유주로서 쌓아온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나의 이익을 앞세워 WP의 무언가를 희생했던 사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 공영 방송 NPR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여파로 28일 오후 기준 WP의 디지털 구독을 해지한 독자는 20만 명에 이른다. 구독 취소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알려져 이 수치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WP의 마티 배런 전 편집장은 NPR에 "만약 대선 후보 지지 중단 결정을 3년 전, 2년 전, 혹시 1년 전에 했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분명 타당한 결정이지만 이번 결정은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으며 편집국과 실질적인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 이 결정은 분명히 숭고한 원칙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언론사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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