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전 9시 소주 반병 탓”… 70대 숨진 부산 교통사고 ‘술타기 의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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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 횡단보도를 건너던 노인이 자동차 두 대에 잇달아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부산에서 일어났다.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운전자들은 사고 당일 붙잡혔다. 경찰은 음주 사고를 의심한다. 하지만 운전자 중 한 명이 사고가 난 이후에야 술을 마셨다고 주장해 이른바 ‘술타기’ 의혹이 일면서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길 건너던 70대, 차량 두 대에 들이받혀
30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5시쯤 사상구 낙동대로 삼락동 편도 4차로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SUV가 길을 건너던 70대 여성 B씨를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B씨는 튕겨 차도 위에 쓰러졌다.
하지만 A씨는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났고, 2분쯤 지나 이 도로를 달리던 또 다른 SUV(운전자 40대 여성 C)가 B씨를 한 차례 더 덮치는 사고로 이어졌다. 2차 사고 운전자 C씨도 현장을 벗어났다. 사고가 난 지 10분쯤 지나 인근을 지나던 행인이 B씨를 발견해 경찰과 119에 신고했지만, B씨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가 운동하기 위해 집을 나섰던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사고 차 두 대를 특정한 경찰은 사고 발생 9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2시48분쯤 A씨를 검거했다. C씨는 오후 4시34분쯤 붙잡혔다. 검거 당시 두 사람 모두 직장에 있었다고 한다.
운전자 “출근한 뒤 술 마셨다”
AㆍC씨가 사고를 인지했음에도 달아났다고 보는 경찰은 두 사람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음주 사고도 의심해 검거 단계에서 음주ㆍ약물 검사를 했다. C씨는 술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사고를 일으킨 A씨는 면허정지 기준(0.03%)에 못 미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 이럴 경우 경찰은 술의 종류와 먹은 양, 몸무게, 성별 등 토대로 과거 시점의 취한 정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침에 출근했다가 소주 반병을 먹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고가 난 이후에야 술을 먹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실제 사고 4시간 뒤인 이날 오전 9시쯤 직장 인근 편의점에서 A씨가 소주 한 병을 산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아침에 소주 반병을 먹었다는 것은 A씨 주장일 뿐 정확히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A씨 행적을 포함해 사고 이전 찍힌 CCTV 영상이 있는지 등 A씨 음주 여부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철 법무법인 다율 대표 변호사는 “오전 9시쯤 술을 먹었다는 A씨 주장이 인정되면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음주 수준을 역산하는 데 혼란이 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아침 음주가) 비상식적인 주장처럼 보이더라도 법적으로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고 전 A씨의 음주 여부와 음주량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경찰 수사력이 음주 사고인지를 입증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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