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리스, '의회 사태' 발원지서 유세…트럼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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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7일 앞둔 검사 출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최후 변론'은 “자유에 뿌리를 둔 나라를 만들지, 혼란과 분열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지 선택해달라”는 메시지였다.
해리스는 29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뒤로 보이는 워싱턴DC 엘립스 공원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약 4년 전 트럼프는 이 자리에 서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결정된 국민의 뜻을 뒤집기 위해 무장 폭도들을 의사당으로 보내 패배한 선거를 뒤집으려했던 사람”이라며 “그러고도 4년 더 (백악관)집무실에서 일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어 1·6 사태 당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하는 상·하원 회의를 주재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살해하려 한다는 보고에 대해 트럼프가 “그래서 어쩌라고?(So what?)”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것이 바로 트럼프라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의 유세가 열린 엘립스 공원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가 집회를 열어 지지자들의 의회 폭력을 선동했던 곳이다.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사건으로 5명이 사망하고 경찰 184명이 부상 당했다. 트럼프는 당선될 경우 의회폭동을 “나라 사랑의 날”로 규정하며 수감된 지지자들을 사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가 이곳을 사실상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택한 것은 트럼프가 조장한 의회폭동을 선거를 통해 심판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집회의 부제도 최후변론(closing argument)이라는 법률 용어를 썼다.
유세가 재판 형태로 진행되면서 지지자들에게 해리스 캠프는 “다수의 배심원단이 참여해야 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당초 8000명가량의 지지자가 참가한다고 신고한 이날 유세엔 5만여명이 몰렸고, 공원 주변엔 연설 4시간 전부터 수 km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섰다.
아이와 함께 유세장을 찾은 크리스티나 에버스는 중앙일보에 “역사를 심판하는 배심원단이 되기 위해서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참석했고, 내 어린 아들도 기꺼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푯말을 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에버스는 “조국의 수도에서 다시는 의회폭력과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도 했다.
해리스는 이날 30여분 연설의 대부분을 자신과 트럼프를 비교하며 트럼프를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트럼프는 당선 첫날 적(敵)의 명단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가겠지만, 나는 국민을 위해 할 일의 우선순위 목록을 들고 들어갈 것”이라며 “지금은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을 그만하고 서로 팔짱을 끼고 공포와 분열의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받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해리스는 “바이든의 부통령으로 일한 것은 영광이지만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다르기 때문에 (바이든 것이 아닌) 내 경험과 아이디어를 집무실로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바이든의 목표는 팬데믹 종식이었지만, 지금의 과제는 너무 높아진 비용을 낮추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선거 막판 바이든 대통령이 적극적인 지원 유세 의사를 보이고 있음에도 바이든과의 공동유세 등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국경문제에 대해선 “이민문제를 득표를 위한 이슈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불법 입국자를 신속히 줄이고 범죄 카르텔을 기소하겠다”면서도 “미국은 원래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합법적 이민자들에겐 시민권 취득 경로 확대를 포함한 개혁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외교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이 세계 자유의 옹호자로 영원히 남게 할 것”이라며 동맹을 중시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를 계승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는 “동맹국이 미국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우방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는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세계의 지도자들이 생각한다”며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서 그를 응원한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트럼프는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유세를 “그래서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느냐”는 반문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의 물음에 지지자들은 “아니다(No)”라며 큰 소리로 반응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종식하고 범죄자들의 침공을 막아내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릴 것”이라며 “다음 주 화요일(선거일)엔 모두 일어나 해리스에게 ‘우리는 충분히 지쳤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해리스는 해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표된 CBS·유거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서 각각 49%의 지지율을 받으며 동률을 이뤘다. 다만 경제 정책에 대해선 트럼프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46%로 집계되며, 26%에 그친 해리스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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