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왼쪽)과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

공군에서 또다시 성폭행 의혹이 터졌다. 앞서 공군에서는 고(故) 이예람 중사가 선임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신고한 뒤 가해자와 다른 상관들로부터 회유 등에 시달리다 사건 발생 2개월 만인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군 제17전투비행단에서 직속상관(대령)이 여군 소위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상담소는 여군 초급장교에 대한 "직속상관 전대장의 강간미수,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며 전날 센터가 피해자 A 소위의 법률대리인으로부터 피해자 지원과 보호, 2차 가해 중단 조치를 위한 의뢰를 요청받아 A 소위를 대면 상담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 소위 진술에 의하면 B 대령은 지난 8월 회식이 끝난 후 A 소위를 강제 추행했다. 이에 A 소위는 이후 회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이달 24일 회식이 끝난 뒤 강간미수 피해를 입었다.

지난 24일 회식에서 B 대령이 2차 자리를 제안하자 A 소위의 하급자가 A 소위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A 소위가 'B 대령을 관사로 모셔다드리겠다'고 하며 회식 자리를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B 대령은 관사에 도착한 뒤 A 소위에게 관사로 함께 들어갈 것을 요구했고, A 소위는 회식에 함께 했던 다른 간부들에게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내고 관사로 들어갔다.

B 대령은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A 소위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성폭행을 시도했다. A 소위는 "그만하십시오.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입니다. 아내분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강하게 거부했으나 B 대령의 행위는 계속됐고 A 소위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쳤다.

상담소에 따르면 B 대령은 이후 당시 회식에 참석한 간부들에게 A 소위가 술에 취해 자신을 유혹한 것처럼 유도 신문하며 녹취했다. A 소위는 B 대령의 압박을 받던 간부들을 통해 이같은 2차 가해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추가적인 2차 피해, 진술 오염 등이 발생 중인 이 상황을 즉시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이 즉각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가해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조직이 방기해서 2차 가해가 행해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담소는 이날 B 대령을 국가수사본부에 군인 등 강제추행·강간치상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B 대령은 피해 보고 후 다른 부대로 분리 조처됐다.

이와 관련 공군은 이날 오후 "지속적인 성인지교육, 피해자 통합지원체계 구축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공군 성고충예방대응센터는 지난 25일 사건 인지 즉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조치했으며, 피해자가 민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력해 왔다"며 "부대는 행위자에게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명하는 행위 등 2차 가해를 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고지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언론에 보도된 2차 가해 제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엄중 처벌할 예정"이라며 "부대는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상담 지원 등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한 민간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