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8시간 동안 20개월치 비 쏟아져"…스페인 대홍수, 사망 100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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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연이틀 쏟아진 폭우로 인한 홍수로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홍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당국의 재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29일)부터 이날까지 발렌시아를 비롯한 스페인 남동부에 폭우가 계속되면서 홍수가 발생해 최소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발렌시아에선 92명,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선 2명,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1명이 숨졌다.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많은 사망자라고 BBC는 밝혔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강이나 하천이 범람하면서 급류에 떠밀린 실종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매체는 전했다. 특히 폭우와 함께 토네이도가 발생하고 우박도 떨어진 탓에 피해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은 파괴됐으며 교통은 마비됐다. 남부 말라가 인근에선 300명이 탑승한 고속열차가 탈선했고 항공편 운항도 한때 중단됐다.
스페인 기상청은 “전례 없는 폭우”라고 밝혔다. 피해가 집중된 발렌시아의 경우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많다. 발렌시아 서쪽 치바는 밤새 4시간여 만에 318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통상적인 10월 강수량(72mm)의 4배를 넘는 수치다. 현재 비는 잦아들었으나, 비구름대가 북동쪽 카탈루냐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어 스페인 기상청은 기상 경보를 발령하고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인 ‘고타프리아’(gotafria·차가운 물방울)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BBC에 설명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발생한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하면서 폭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도 이번 홍수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강우, 가뭄, 폭풍, 더위, 추위 등 기상 현상이 극단화하고 그 빈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이것은 더 많은 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폭발적인 폭우는 기후 변화로 더욱 심해졌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당국의 재난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상청은 폭우가 시작된 29일 아침 발렌시아 동부에 ‘적색경보’를 발령했지만, 지역 당국은 같은 날 저녁이 다 되어서야 대응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출 자제 주의령이 내려진 때도 대응팀이 꾸려진 시간대와 비슷했다. AFP는 “(상황을 모른 채) 자동차를 몰고 나간 사람들은 도로에 갇히고 거센 급류에 휘말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에 의한 '뉴노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갖기로 선포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스페인 전체가 여러분의 고통을 함께한다”고 애도했다. 현재 정부는 구조대와 군인 1100명 이상을 피해 지역에 배치하고, 구조 활동을 조정하기 위해 위기대응 위원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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