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 “좋게 얘기한 것”…“경선 후 거리” 기존 해명과 배치
-
0회 연결
본문
“공천(2022년 6월 보궐선거)은 다 당에서 알아서 했는데, 내가 무슨 보고를 받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신과 명태균씨의 대통령 취임 전날(2022년 5월 9일) 통화 녹음 파일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전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을 앞두고 수백 명에게 전화가 왔고, 명씨와 통화했다면 그저 좋게 이야기해 준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윤 당선인과 명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최근 김 전 의원 공천 정당성을 주장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덧붙였다. 이에 이 의원은 해당 페이스북 내용은 자신에 대한 해명이라며 “어디서 이준석 팔아서 변명하려고 하느냐”고 발끈했다.
윤 대통령은 주요 참모와 오찬을 하며 명씨와는 대선 경선 이후 ‘전화도 하지 말라’며 거리를 뒀지만, 당선 축하 전화까지 거절할 순 없어 좋게 이야기하고 끊었다는 취지로 재차 설명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당선인 신분으로 공천을 언급하는 건 선거법상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해명은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8일 “대선 경선 막바지쯤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이 됐다. 윤 대통령과 명씨가 자연스럽게 대화한 것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국민의힘 경선(2021년 11월) 이후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 여권 관계자는 “취임을 목전에 앞둔 대통령과 통화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관계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은 또 윤 대통령이 대선 전 “명씨와 두 번 만남을 가지게 됐다”고도 했는데, 당일 윤 대통령과 명씨가 네 번 이상 만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역시 거짓으로 판명됐다.
대통령실이 “불법은 없었다”며 해당 사안을 법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은 대통령 리더십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품게 됐는데, 그저 법을 어긴 건 없지 않냐고 버티면 되나”라며 “용산의 안이한 상황 인식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