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세상 함께 보배 삼아’ 국보‧보물 97점 한자리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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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세상과 더불어 보물을 함께하는’ 곳,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교과서에서나 보던 국보‧보물을 한번에 만나봐요.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 세상 함께 보배삼아’ 

국보 상감청자운학문매병,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보물인 정선의 ‘풍악내산총람’, 심사정의 ‘촉잔도권’,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정희의 ‘난맹첩’…. 이들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자 일제강점기 간송 전형필(이하 간송)이 수집해 지켜낸 문화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이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간송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 세상 함께 보배삼아’를 통해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2016년부터 준비해온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기념해 국보‧보물 40건 97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간송 컬렉션을 공개한 것.
한글의 창제원리와 용례를 담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동안 진본이 공개되는 일이 드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이라는 콘셉트로 현대미술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훈민정음에 담긴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문자에 대한 배리어프리를 확장하고자 청각장애인, 다문화가정, 성인 문해 교육생, 북배경주민 등이 참여한 3점의 미디어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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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미인도’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기념전에선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 인원이 독대하듯 감상할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신윤복의 ‘미인도’ 역시 별도 공간에서 인원 제한을 두고 특별히 연출된 조명과 음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미인도’ 뒤로 돌아가면 작품 설명 대신 그림 속 제화시와 인장이 제시돼 이해를 돕는다. 윤병인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 책임은 “누구나 사랑하는 작품이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감상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실1에는 산수·인물·풍속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를 비롯, 음악책 『금보(琴譜)』 등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대변하는 전적(典籍)이 가득하다. 검은 비단에 금박 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금니(金泥)로 그린 대나무‧매화‧난초 그림에 당대 최고의 명필로 꼽힌 석봉 한호를 비롯한 문인들이 글을 쓴 ‘삼청첩’은 세종대왕의 고손자 이정의 작품이다. “이정은 임진왜란으로 팔이 거의 잘리는 부상을 입었는데, 왜군의 무력에 의한 개인적 아픔과 함께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뛰어난 문화적 역량으로 강하게 표현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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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소리로 지은 집’이라는 콘셉트로 현대미술과의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김홍도의 ‘마상청앵’ 속 선비처럼 꾀꼬리를 찾아보고, 정선의 ‘풍악내산총람’으로 가을의 금강산을 여행한 뒤엔 길이가 8m나 되어 한번에 보기 힘들었던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통해 기이한 절벽과 험준한 바위가 가득한 촉(蜀)으로 가는 길을 걸을 수 있다. 단오 하면 떠오르는 그네 타는 여인이 그려진 ‘단오풍정’ 등이 있는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은 전시실 안에서도 2~3겹으로 줄을 서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문화와 예술 전반을 조망한 뒤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걸친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예 작품이 기다린다. 글씨뿐 아니라 사군자(四君子)에도 능했던 김정희의 묵란(墨蘭·먹으로만 그린 난초 그림)을 모은 ‘난맹첩’과 추사체의 정수를 담은 서예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교과서에서 자주 봐 친숙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비롯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청자오리형연적’과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등 섬세하게 제작된 도자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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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리고 앉은 어미 원숭이가 아기를 품고 있고 아기는 팔을 뻗어 엄마를 어루만지는 형상이 모자간의 정을 느끼게 하는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간송미술문화재단

정선·김홍도·신윤복·이인문 등 대표적인 조선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해 지나가는 하루의 시간을 영상으로 표현한 실감영상전시 ‘흐름·The Flow’은 약 38m의 반원형 스크린에 펼쳐져 몰입하기 좋다. 영상을 보고 나오면 마치 액자처럼 만든 유리창 너머로 물가의 정자 뒤로 소나무가 보이는 수공간이 나타난다. 간송의 호에서 착안한 공간으로, 미술관 곳곳 이처럼 외부 풍경을 액자처럼 즐기도록 꾸몄다. 또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통해 간송미술관이 반세기 이상 축적한 지류 문화유산의 수리·복원 노하우도 엿볼 수 있다. 매일 2시간씩 수리·복원 학예사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궁금한 점은 마이크로 질문도 가능하다.
개관기념전 ‘여세동보’가 열리는 4개의 전시실과 실감영상전시실 외에도 대구간송미술관에는 하나의 전시실이 더 있다. 간송의 유작 26건 60점을 통해 그의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 정신과 생애를 보여주는 ‘간송의 방’이다. 윤 책임은 “흔히 간송을 수집가로만 알고 있는데, 연구자이자 예술가·교육자로서의 간송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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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이 반세기 이상 축적한 지류 문화유산의 수리·복원 노하우는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통해 살짝 엿볼 수 있다.

전형필(1906~1962)의 호 간송(澗松)은 추운 겨울 깊은 산속에서도 얼지 않고 흐르는 맑은 물과 그곳에 제자리를 지키고 선 소나무와 같이 살라는 뜻으로 위창 오세창(이하 위창)이 지어준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던 간송은 서화가이자 지식인·언론인·독립운동가인 위창과 만나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된다. 추사학파의 학맥을 이은 위창에게 고증학을 배우고 서법·화법을 수련하며 감식안을 키웠다.
일제강점기 당시 수만 점의 우리 문화유산이 나라 밖으로 무단 반출되고 있었다. 간송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우리 문화유산의 수집·보호라는 사명감을 안고 위창으로부터 이어받은 문화보국 실천에 나섰다. 민족 교육의 요람으로 고종의 뜻을 받들어 개교한 보성고보가 경영난에 빠지자 이를 인수해 교육자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간송의 방 입구 옆 벽에는 그런 그의 생애가 사진과 함께 굵직한 사건 위주로 연보처럼 소개됐다. 극적인 일화도 여럿 남겼다. 특히 간송은 문화유산 구입 시 금액을 깎는 일도 없었으며, 소유자가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싼값을 부르면 몇 배가 되건 자신이 판단한 가치대로 대금을 지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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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하면 떠오르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간송이 일본인 골동품상으로부터 당시 기와집 20채 값에 달하는 2만원에 구입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1940년 안동에서 『훈민정음』이 발견됐을 땐 책 거간으로부터 책값이 기와집 한 채 값인 1000원이라는 말을 듣고 아무 소리 않고 1만1000원을 내주며 1000원은 수고비라고 했다. 그렇게 일제가 우리말과 글을 말살하던 시기에 구한 『훈민정음』은 6·25 피난길에서도 몸에 지니고 다녔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가서 절대로 팔지 않겠다던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을 끈질기게 설득해 엄청난 가격을 치르고 가져오고, 영국 귀족 출신 변호사 존 개스비가 수집한 고려청자·조선백자 스무 점을 기와집 수백 채 값을 주고 사오기도 했다.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일본인 수장가로부터 2만원, 당시 기와집 20채 가격에 구입했다거나, 이후 일본인 수집가가 찾아와 두 배 가격인 4만원에 사겠다고 하니 “이 청자보다 더 훌륭한 자기를 가져오면 바꿔 드리겠소”라고 응수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는 골동품 구입과 관련 내용을 기록한 노트, 존 개스비 컬렉션을 인수한 이야기를 잡지에 발표하기 위해 쓴 육필원고, 『훈민정음』 해례본 외 9점을 국보로 지정한다는 통지서 등을 통해 그려볼 수 있다. 또 간송미술관 전신인 보화각에서 간송이 사용한 책상과 유물 수납장, 금고 등이 전시됐는데, 이와 함께 영상을 통해 간송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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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의 방에선 수집가이자 연구자예술가교육자로서 간송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작 26건 60점을 볼 수 있다.

간송이 사람들을 만났던 본가 사랑방 이름을 딴 ‘이현서옥’ 코너에서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에게 써준 ‘아락서원’ 현액, 한국 고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삼불 김원룡의 책 표지 글씨로 써준 ‘삼불암’ 등을 볼 수 있다. 문화유산 수집·보존은 물론 연구해 그 가치를 밝히는 일 역시 중요하게 여겼던 간송은 이들과 교류하며 한국 최초 미술사학 학술지 『고고미술』을 펴내기도 했다. 그의 서재 이름이자 간송과 함께 쓴 호이기도 한 ‘옥정연재’ 코너에서는 『고고미술』에 기고한 글 등 연구자로서의 간송을 엿볼 수 있다. 오래된 못가의 가을 새벽이라는 의미의 ‘고당추효’ 등 그가 그린 그림을 비롯해 직접 만든 도자기 등을 통해 예술가적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여세동보(與世同寶): 세상 함께 보배 삼아  
장소: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70 대구간송미술관
기간: 12월 1일까지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11월~3월은 오후 6시까지, 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관람료: 어른 1만원, 청소년·어린이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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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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