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안부두’부터 ‘힙합 반야심경’까지…83세 안치행, 50년 음악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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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가수 남진은 지난 3월 신곡 ‘다 내 탓이요’와 ‘목포항 블루스’를 발표했다. “남의 탓만 하다 보면 제 잘못은 알지 못하네”라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세태를 풍자한 노랫말의 ‘다 내 탓이요’는 남진이 처음으로 구사한 테크노 장르다. ‘목포항 블루스’는 비 내리는 목포항에서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미8군 밴드로 시작, 50여년 음악인생 걸어와 #야구장엔 ‘연안부두’, 절에선 ‘힙합 반야심경’ #장르 가리지 않는 80대 왕성한 현역 작곡가
두 노래를 만든 작곡가는 안타프로덕션의 안치행(83) 대표다. 그는 가요계의 전설적인 작곡가로 꼽힌다. 야구 응원가로도 불리는 국민가요인 김트리오의 ‘연안부두’(작곡)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편곡)가 그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사랑만은 않겠어요’(윤수일), ‘실버들’(희자매), ‘걱정마’(윤복희), ‘아! 바람이여’(박남정), ‘영동부르스’(나훈아), ‘울면서 후회하네’(주현미) 등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50여년 간 음악 외길을 걸어온 그는 지금도 왕성한 작곡 활동을 하는 현역이다.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 매일 출근해 곡을 쓴다.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에 한참 앞선 2017년 ‘힙합 반야심경’을 냈고, 지난 8월에는 고향 진도의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진도 뽕할머니’를 만들었다. 11월엔 진도 가사도를 주제로 후배 가수 권미희와 듀엣한 ‘내 고향 가사도’와 ‘가사도 자자꿍’을 발표한다.
최근엔 충주 달천강을 노래 주제로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안 대표를 최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남진에게 신곡을 '선물'한 것에 대해 그는 “1985년 남진에게 곡을 써주기로 했던 약속을 39년 만에 지켰다. 남진 나이가 여든에 가까운데 목소리가 여전히 묵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비결을 묻자 “운이 좋았다. 망한 곡이 더 많은데 다행히 히트곡으로 알려진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음반 제작이라는 건 투기 사업이다.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일단 돈을 넣어보고, 대박 나면 다행인 것”이라면서 “불확실한 사업임을 알기에 지금까지도 ‘내 돈으로만 제작한다’는 철칙으로 임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처음 음악을 접한 건 미8군 무대였다.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 시절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들고 상경해 1967~71년 밴드 실버코인스로 활동했다. 1972년부턴 영사운드로 이름을 바꿔 직접 작곡한 ‘등불’, ‘달무리’ 등의 노래로 주목 받았다.
음반 제작자로 발을 넓힌 건 1976년이다. 당시 조용필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이회택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탁으로 조용필을 만나 음반 제작에 힘을 보태면서다. 안 대표는 조용필이 들고 온 5곡을 편곡하고, 영사운드의 5곡을 넣은 스플릿 앨범을 제작했다. 이 앨범의 부제는 ‘안치행 편곡집’이다.
‘당시 조용필의 끼를 알아보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개성있게 노래를 잘했다. 여러 장르를 자신에 맞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히트 가수의 조건으로는 음색, 가창력, 인물 세 가지를 꼽았다.
이후 안 대표는 노래를 쓰고 음반을 제작하는 재미에 빠져 안타기획(현 안타프로덕션)을 설립하고 가수 발굴에 힘썼다. “뭣도 모르고 (음반 제작에) 뛰어든 겁니다. 에너지가 엄청났던 윤복희,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며 가수 데뷔를 시켜 달라던 박남정, 노래 잘 하는 여고생이었던 문희옥 등 재능 있는 가수를 연달아 만난 복이 컸습니다.”
고령에도 쉼 없이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음악인에게 은퇴란 몸이 아플 때나 쓰는 말이다. 생각할 수 있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한 음악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오래 음악하기 위해 매일 오전 자전거 타기 30분, 걷기 40분, 금주 등의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업 시작할 때 같이 했던 동료들이 나이가 들어 사라지고, 내가 (가요사의) 산 증인이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내년 1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둔 나훈아에 대해선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스타성이 여전함에도 그만 두는 것이 정말 아쉽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 속내를 알 순 없으나, 대중 가수로서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기에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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