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휴 전쟁이네" 빵봉투 들고 셀카…'빵에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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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명란바게트 먹으러 대전 왔어요”
지난달 22일 대전시 중구 은행동 성심당. 양손에 빵 봉투를 4개나 든 여성이 인파를 겨우 헤집고 나오며 “아휴~. 전쟁이다 전쟁”이라고 했다. 가게 안은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밖에서는 성심당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는 젊은이가 많았다. 빵 봉투를 들고 셀카를 찍는 식이다. 계산 전부터 휴대전화로 대전 맛집을 검색하는 손님도 여럿 보였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황도은(21)씨는 이날 지영주(22)씨와 대전에서 ‘빵 투어’를 하고 있었다. 황씨는 “명란바게트와 튀김소보로, 소금빵, 김치 찹쌀 주먹밥을 사려고 성심당에 왔다”며 “성심당 때문인지 대전 빵은 어디를 가도 맛이 상향 평준화돼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수연(58)씨는 이날 충북 옥천 부소담악을 가려다가 낮 12시쯤 성심당을 먼저 찾았다. 김씨는 “원래 옥천을 먼저 들렀다가 성심당에서 빵을 사서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오후엔 원하는 빵이 다 떨어질 것 같아서 대전부터 들렀다”고 말했다.
성심당~대전역 ‘빵세권’에 외지인 북적
성심당을 필두로 대전은 전국 ‘빵순이·빵돌이’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2021년 시작한 빵 축제도 해가 갈수록 인기다. 지난 9월 28~29일 동구 소제동 카페거리 일원에서 열린 대전 빵 축제에 14만명이 몰렸다. 성심당 낙수효과가 중구·동구 일원 동네 빵집에 번졌다.
서용제 동구 관광축제팀장은 “기차를 타고 빵을 사러 오는 외지인이 많아지면서 대전역 일원 빵집도 덩달아 매출이 올랐다”며 “빵투어 수요를 붙잡기 위해 원도심 빵집 58개를 소개한 빵지순례 지도를 만들어 대전역과 관광안내소 등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동구는 오는 8일부터 한 달간 ‘빵빵투어’를 운영하며, 이 기간 빵집 지도에 소개된 빵집에서 물품 구매 후 영수증과 빵 지도를 찍은 사진을 인증하면 빵 캘린더를 포함한 기념품을 증정한다.
맛있는 빵집을 찾아 여행하는 ‘빵지순례’가 유행하면서 전국 자치단체가 빵심(心)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빵집을 한데 모아 축제를 열고, 빵투어를 돕는 그림지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산품을 활용한 빵 만들기도 꾸준한 모습이다.
호두과자로 유명한 충남 천안시도 '빵에 진심인 곳'이다. 천안시는 2021년 10월 10일을 빵빵데이로 지정한 뒤 매년 봄과 가을에 빵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2020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한 박상돈 천안시장이 직접 기획한 행사다. 천안시는 '빵의 도시 천안'을 도시 브랜드화해 지역경제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12~13일 열린 ‘빵빵데이 천안’ 축제에는 23만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축제에 부스를 차린 빵집은 지난해 38개에서 50개로 늘었다.
‘빵 도시’ 선언한 천안…1000명 초청해 빵투어
시는 매년 빵지순례단을 모집해 천안 빵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진행한 빵지순례단 행사는 전국에서 300팀(1000여 명)을 선정해 동네 빵집과 관광지 등을 둘러본 뒤 인증샷과 후기를 올리도록 했다. 팀당 3만원짜리 빵지순례권(상품권) 2장을 지원했다. 대한제과협회 천안시지부와 함께 신메뉴를 개발하고, 연 10회가량 기술 공유 회의를 연다. 최근 베이커리 경연대회도 개최했다. 천안시 빵산업육성TF 관계자는 “지역 빵집과 천안 8경 등 명소를 연계한 관광코스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빵 간판을 단 축제는 연일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달 13일 강원 춘천에서는 열린 ‘숲속 빵 시장’ 축제에는 1만1000명이 방문했다. 춘천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가 개최한 이 행사에는 강원 지역 인기 베이커리 5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행사 시작 2시간 만인 오전 11시쯤 업체가 내놓은 물량이 매진됐다고 한다.
이광순 엘리시안강촌 리조트 홍보파트장은 “빵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데다 유행과 취향에 맞춰 제품을 다양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빵투어와 이를 인증하는 문화가 빵 축제 인기에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충북 청주 디저트·베이커리 페스타에는 6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유명 빵집 모은 ‘빵지순례지도’ 잇달아
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관광지도처럼 빵을 테마로 한 지도 제작도 한창이다. 전남도는 2022년에 이어 최근 도내 시·군에 있는 유명 빵집 81곳을 수록한 새 빵지순례지도를 1일 배포했다. 무안 양파찐빵, 나주 나주배쌀빵, 광양 매화빵, 완도 전복빵, 곡성 토란떡파이, 해남 고구마빵, 영암 무화과빵 등이 포함됐다.
서울 은평구는 ‘은평빵지순례지도’를 만들었다. 은평구를 지나는 3·6호선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골목골목 숨어 있는 빵집과 대표메뉴를 표시했다. 대구시는 2021년 지역의 빵집을 역사와 함께 소개한 책자인 『빵은 대구』를 발간했다. 경기도는 쌀빵 제품을 판매하는 베이커리를 시·군별로 표시한 경기쌀빵지도를 제작했다.
지역 홍보를 위한 빵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특례시의회 ‘I LOVE 용인’ 연구단체는 지난달 시 공식 캐릭터인 ‘조아용’을 닮은 조아용 빵을 출시했다. 인천 동구는 지난해 지역 대학과 제과협회와 함께 야구공빵·홍국크랜베리크림치즈빵·강화쑥앙버터소금빵 등 동구 브랜드빵을 개발했다. 야구공빵은 한화 야구단 류현진 선수가 동구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와인소금빵·야구공빵 등 특화빵 꾸준
와인 산지인 충북 영동군은 와인소금빵을 활용해 ‘빵지로드’ 조성을 추진한다. 2022년 개발한 와인소금빵 제조 기술을 지역 빵집과 카페 등에 이전해 각 매장을 연결하는 관광코스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난 16일 카페와 베이커리 사업자 7곳이 레드와인·화이트와인·오징어먹물 등을 활용한 소금빵 제조법을 배웠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와인 소금빵과 영동의 다양한 특산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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