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역대 가장 더운 10월의 아침…내장산 지각 단풍에 탐방객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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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단풍이 한창으로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야 하는데, 올해는 빈자리가 많네요.
지난 31일 내장산국립공원 직원은 올해 가을 단풍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년 이맘때면 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야 했지만 10월 말까지도 푸른 빛을 유지하면서 탐방객 수도 뚝 떨어진 것이다. 내장산국립공원에 따르면, 10월 하순(21일~31일)의 내장산 탐방객 수는 6만 48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 2690명)보다 1만 7880명 줄었다.
올해 유례없는 더위가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단풍 시계가 늦어졌다. 전국적인 단풍 명소인 내장산이 대표적이다. 기상청은 계절 관측 결과 10월 31일부터 내장산의 단풍이 시작됐다고 했다. 1985년 관측을 시작 이래 가장 늦은 시작이다. 평년보다 11일이나 지각했다.
기상청은 산 정상에서부터 20%가 붉게 물든 시점을 단풍 시작으로 기록한다. 올해 첫 단풍 소식을 알린 설악산(10월 4일)도 평년 기록보다 6일 늦었고, 지난 29일 시작된 한라산은 보름이나 지각했다.
역대 가장 높았던 10월 최저기온…지각 단풍 불렀다
이처럼 단풍이 늦어진 이유는 10월 아침 기온이 이례적으로 따뜻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11.9도로, 전국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6년 11.6도다.
최저 기온은 단풍이 물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단풍은 5도 이하의 기온에서 물들기 때문에, 최저기온은 단풍 시작 시기에 명백하게 영향을 준다"며 "높은 최저기온이 지각 단풍을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도 단풍이 물드는 조건 중 하나인 '일사량'(햇빛의 양)은 많았지만, 9~10월 이어진 고온 현상이 단풍 시작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유병오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올해 단풍은 늦게 시작한 데다 예년에 비해 선명하지도 않은 게 특징"이라며 "일교차가 커야 색이 선명해지는데, 최저기온이 높은 탓에 일교차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찬 공기 내려와도 변질…아침기온 안 떨어져”
밤사이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다 보니 일교차도 예년 가을보다 크지 않았다. 10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21.4도)과 최저기온(11.9도) 차이는 9.5도로, 2016년(8.9도)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반기성 케이클라이밋(기후 분석 기업) 대표는 "가을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의 영향을 받는 계절인데, 남쪽 기단의 세력이 강하다 보니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따뜻하게) 변질돼, 최저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가 전지구적 추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단풍 구경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수종 교수는 "우리나라가 점점 여름이 길어지면서 아열대 기후로 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단풍이 예전처럼 물들기에 점점 어려운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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