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흑인여성 첫 영국 보수당 대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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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베이드녹 전 통상장관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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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보수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케미 베이드녹 전 기업통상부 장관(가운데). 오른쪽은 남편, 왼쪽은 경선 상대였던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부장관이다. [EPA=연합뉴스]

영국의 제1야당인 보수당 새 대표에 케미 베이드녹(44) 전 기업통상부 장관이 선출됐다. 영국 주요 정당의 첫 흑인 당수이다. 보수당에선 인도계인 리시 수낵 전 총리 이후 두 번째 비백인 대표이며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 이어 네 번째 여성 대표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베이드녹 대표는 2일(현지시간) 전국 당원 투표 개표결과 전체 약 10만표 가운데 5만3806표(57%)를 획득해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의 상대였던 로버트 젠릭(42)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은 4만1388표(43%)를 얻었다. 당원 투표율은 72.8%였다.

이날 승리로 베이드녹은 지난 7월 총선 참패를 책임지고 물러난 수낵 전 총리 뒤를 이어 보수당을 이끌게 됐다. 그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이제 진실을 말하고, 우리의 원칙을 옹호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우리의 정치와 생각을 재설정하고, 우리 당과 국가를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쇄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베이드녹은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서아프리카에서 보내고 16살 때 출생지인 런던으로 돌아왔다. 컴퓨터시스템공학을 전공한 그는 은행과 잡지사에서 일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 아동 및 가족 담당 국회 차관보 등으로 임명됐고, 이후 리즈 트러스와 리시 수낵 내각에서 여성평등부·기업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보수당 내에서도 우파 성향이 짙은 인물로 분류된다. 넷제로(Net-Zero·탄소중립) 목표나 트랜스젠더의 권리 보장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경선 과정에서 “출산수당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민 문제와 관련해 “모든 문화가 동등하게 유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 대표가 된 베이드녹이 직면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보수당은 지난 7월 총선에서 650석 가운데 12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412석을 확보한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14년 만의 정권 교체이자, 보수당 역사상 1832년 이후 최악의 참패였다. 다음 총선이 열리는 2029년에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수년간에 걸친 당내 분열과 스캔들, 경제적 혼란 등으로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수낵 전 총리는 이날 X(옛 트위터)에서 “그(베이드녹 대표)는 우리 당을 쇄신하고 보수적 가치를 일으켜 세워 노동당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그를 중심으로 모두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존슨 전 총리는 “그녀는 보수당에 절실히 필요한 열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스타머 총리는 “보수당에 첫 흑인 지도자가 나온 건 영국에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며 “당신, 그리고 당신의 정당과 함께 영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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