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는 고 김민기 학전 대표 중심으로 대학가 노래 동아리 출신들이 뭉친 민중가요 노래패다. 1984년 나온 1집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시작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사진 노찾사]

 “40주년, 불혹입니다. 그런데 세상엔 우리를 혹하게 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정의가 올바르게 설 수 있도록 분노하고 일깨워야 하기에, 노찾사의 발언권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중가요 노래패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는 2, 3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1집 발매 40주년 기념 콘서트 ‘1984-40-2024’를 열고, 다시 뭉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노찾사가 공식 무대에 오른 건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민중가요를 찾는 이가 줄고, 멤버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대와 멀어졌다. 현재 활동 멤버인 한동헌 대표와 김명식, 박종홍, 송숙환, 신지아, 유연이, 최문정, 이민관이 중심이 돼 무대를 꾸몄다. 이민관은 새로 영입한 30대 초반 멤버다. 서울대 경제학과 77학번인 한 대표는 서울대 노래 동아리 ‘메아리’ 초기 멤버로 노찾사의 탄생과 재탄생 등을 지켜봤다. 무대에선 자신이 작사·작곡한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불렀다.

‘선언2’ ‘노래2(죽창가)’로 시작한 공연은 숙연하게 흘러갔다. 김명식은 “요새 유행하는 로제의 ‘아파트’처럼 쉬운 멜로디를 부르면 좋은데, 우리 노래는 부를 때마다 수명이 단축되는 기분”이라며 “무대 아래에선 소시민인데 무대 위에선 저항정신, 시대정신, 역사의식을 담은 노래를 부르다 보니 부채감, 소명감을 느낀다. 노찾사라는 이름의 무게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찾사는 이어 100만장 넘는 판매고(비공식)를 올린 2집(1989) 수록곡 ‘광야에서’ ‘사계’ ‘그날이 오면’ 등을 불렀다. 3집(1991) 수록곡 ‘녹두꽃’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최문정은 “1980년 광주의 청춘들과 2014년 세월호 아이들, 2022년 이태원에서 빛나던 젊음에 노래를 바친다. 국가가, 우리가 놓치는 목숨이 더는 없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노찾사 1집을 제작한 고 김민기 추모 무대도 마련됐다. 멤버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계실 선배님”이라며 김민기의 ‘아하 누가 그렇게’ ‘그 사이’ ‘철망 앞에서’를 불렀다. 초기 멤버인 권진원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노래가 필요했던 시대에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노래란 무엇인지 알려주셨던 김민기 선생님을 위한 곡”이라며 ‘아침이슬’을 불렀다. 노찾사와 인연이 깊은 윤선애, 김창남·조경옥 부부도 무대에 올라 각각 ‘벗이여 해방이 온다’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를 들려줬다. 3일에는 포크 가수 겸 사회운동가인 정태춘도 무대에 올랐다.

노찾사는 신곡 ‘대학 시절’도 첫선을 보였다.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했다’로 시작하는 기형도 시인의 동명 시에 멜로디를 입혔다. 또 다른 신곡 ‘고마워’는 40년을 돌아보며 팬에게 바치는 노래다. 신지아는 “40년을 동고동락한 노찾사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온 모든 분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노찾사는 이후 지방 공연과 5집 제작 등 활동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