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극, 이렇게 힙했어? MZ도 빠져든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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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여성국극을 소재로 인기몰이 중인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연출 정지인, 극본 최효비)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김태리가 극중극 ‘춘향전’ 속 방자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 tvN]

1950년대 궁핍한 시대 여성 소리꾼 이야기가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일 방영된 tvN 토·일 드라마 ‘정년이’(12부작) 7화는 수도권 가구 시청률 평균 10.3%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지켰다. 이날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은 극중극 ‘자명고’의 구슬아기 대역을 비범하게 소화해 매란국극단 정식 연구생이 됐다. 지난 1일 ‘K컬처 트렌드 포럼’ 발표에서 김태리가 드라마 MVP에, 동명의 원작 웹툰도 웹툰 MVP에 각각 뽑히는 등 화제성도 높다.

‘정년이’는 천재 소리꾼이 당대 최고 인기 장르였던 여성국극 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서사물로, 2019년부터 3년간 138화로 연재된 원작 웹툰(글 서이레, 그림 나몬)을 영상화했다. 1화부터 ‘자명고’의 호동왕자 역 문옥경(정은채)과 목련공주 역 서혜랑(김윤혜)의 맛보기 공연 장면이 시선을 끌었고, ‘춘향전’ ‘자명고’ 등 극중극을 공연장에서 중계하듯 구현했다. 김태리 등 주요 배우들이 수년간 소리를 연마했고, 후반작업으로 보완해 극중 소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김선태 책임프로듀서는 “50·60년대 관객이 국극 무대를 통해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듯, 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국극 연출가(박민희)와 전문 스태프를 별도로 꾸려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정지인 연출은 “모든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소화하는 과정은 생각 이상의 희열이 있었다”며 “이런 에너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 움직임과 후반 작업에 힘썼다”고 전했다.

우리 소리와 춤, 이야기가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발견을, 나이든 세대에겐 기억의 미화를 선사한다. 매란국극단 연구생의 선발·수련이 K팝 아이돌그룹 연습생 훈련과 다르지 않고, 숙소 앞에 진을 치는 팬덤 묘사도 요즘 대중문화와 비슷하다. 정 연출은 “국극 자문을 한 정은영 작가(영화 ‘정동의 막’ 연출)로부터 우리나라 팬클럽 시초가 여성국극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 기사 등 자료에서 확인되는 팬들의 열정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중극을 위한 ‘오디숀’(당시 표기) 대결이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처럼 전개되는 것도 흥미를 돋운다.

드라마·영화를 막론하고 대세 배우인 팔색조 연기의 김태리, ‘국극 황태자’로 불리는 문옥경 역으로 중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정은채, 영서 역의 신예은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친다. 다만 원작에서 국극단 안에서 전개되는 동성애 코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드라마는 핵심 퀴어(성소수자) 인물을 생략하면서 일각의 비판을 샀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여성의 연대와 성장이라는 중심 줄거리에 주력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짧게 편집한 쇼트폼 동영상이 인기를 얻고, 이를 통해 시청률이 상승하는 최근 트렌드가 ‘정년이’에도 두드러진다. 제작진이 편집한 국극 공연 영상이 2주 만에 누적 1000만 조회 수를 돌파했고, 이를 포함한 관련 영상은 3주 차에 1억 조회 수를 넘었다. tvN 측은 “남자 40대 시청률이 여자 20대보다 높다”며 “소리꾼의 성장서사라는 점에서 연령·성별 고르게 호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OTT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도 방송돼 글로벌 콘텐트 평점 사이트 IMDb에서 에피소드 최고 평점 9.7(3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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