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머스크는 왜 트럼프에 목매나…매출·이익 '숫자' 다 맞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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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왜 트럼프 당선에 목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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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에 미적지근했던 지난 2분기 실적과, 야심 차게 공개했으나 생각보다 볼 게 없었던 ‘로보택시(Robo-taxi·무인 자율주행 택시)’에 사그라들던 기대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테슬라의 ‘드림 프리미엄(Dream premium)’에 불씨를 되살린 건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입이 아닌 숫자였다. 예상 밖으로 좋은 실적에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일(현지시간) 248.98달러로 순항 중이다. 하지만 단순히 장밋빛 전망만을 그리기엔 대선과 규제라는 최대 변수가 남은 상황. 테슬라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려 하고 있을까. 3분기 실적 발표(콘퍼런스콜)를 보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힌트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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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on Musk speaks before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ee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 at a campaign rally at Madison Square Garden, Sunday, Oct. 27, 2024, in New York. (AP Photo/Evan Vucci)〈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고태훈 본부장과 함께 테슬라 3분기 실적 발표 현장을 뜯어봤다. 3분기 매출은 251억8000만 달러(약 34조7500억원)로 시장 예측치보단 낮았지만, 전년 대비 2% 늘며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주당순이익도 0.72달러로 예상치를 웃돌았는데, 영업이익이 49억9700만 달러(약 6조9400억원)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한 결과다. 마진율도 10.8%로 1년 전보다 3.2%포인트 올랐다.

부문별로 보면 자동차 매출총이익률(GPM)은 1년 전보다 1.4%포인트 오르며 바닥을 찍고 수익성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분기당 차량 인도(引渡) 대수는 46만 대로 전년보다 6% 올랐는데, 가격을 내린 덕이다. 차가 많이 팔리면서 자동차 부문 매출은 188억 달러로 전년보다 1.3% 올랐다. 특히 ‘모델 S’와 사이버트럭이 포함된 ‘기타 모델’ 인도 대수가 전년보다 43%나 늘어났는데, 사이버트럭이 흥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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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운전대와 페달 없는 2인승 자율주행 차량 ‘사이버캡’.

에너지 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 부문 매출총이익률이 전년보다 6.1%포인트 오르며 30%를 넘겼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제조업에서 보기 힘든 놀라울 정도의 성장률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 서비스에 새로 등록된 파워월(고정식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 기기 대수가 이번 분기 10만 개를 돌파했다. 유휴 전력을 사고파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및 기타 부문도 매출총이익률이 전년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매출이 이연돼 집계됐고 탄소배출권 매출이 합산된 것도 있지만, 4년 만에 차량 호출(ASS·Actually Smart Summon) 서비스가 재출시되면서 이익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수퍼차저’(테슬라의 자체 충전소) 네트워크가 2800개 이상 신규 설치되면서 마진도 올라왔다.

차 한 대당 원가(COGS)가 역대 최저치인 3만5100달러(약 4800만원)까지 내려왔다. 단순 계산하면 전년보다 원가를 약 8%, 전 분기보다 약 14% 절감했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원가를 공개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렇게 줄이지도 못했는데, (좋은 의미에서) 말도 안 되는 수치다. 특히 비교적 원가가 높은 사이버트럭이 출시된 이후인데도 전체적인 차량 원가가 이 정도까지 내려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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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테슬라는 10월 22일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 700만 대째 전기차를 생산했다. 하이브리드가 아닌 순수전기차(BEV·Battery Electric Vehicle)로 만든 새로운 이정표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Capa)는 약 235만 대 수준. 콘콜에서 거론된 것처럼 효율성을 더 끌어올리면 최대 생산능력은 연간 약 300만 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올해 차량 약 180만 대를 인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20~30% 정도 성장할 것”이라는 머스크의 발언에 따라 내년엔 200만 대 초반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출시되는 ‘사이버캡(Cyber cab, 로보택시 시제품)’의 단기적 생산목표는 연간 200만 대, 중장기적으로는 연 400만 대다.

“2025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더 합리적인 가격의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일론 머스크)

지난 ‘로보택시 데이(Robo-taxi Day)’ 행사에선 거론되지 않아 궁금증을 키운 저가형 모델에 대한 정보가 나왔다. 정확한 명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모델 2’라고 부르는 중이다. “(자율주행 기능 없는 일반 전기차인) 2만5000달러짜리 일반 모델은 무의미하다”는 머스크의 말마따나, 테슬라는 기존 저가형 모델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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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저가형 모델 가격은 2만5000달러(약 3400만원) 이하, 사이버캡 가격은 3만 달러(약 4100만원) 이하가 될 예정이다. 저가형 모델은 사이버캡과 같은 플랫폼(제조 공정)에서 생산된다. 단가를 낮추는 비결이다. 사이버캡은 저가형 모델과 달리 운전대와 페달 없이 출시될 예정인데, 다만 이런 형태로 출시되려면 당국의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누적 운행 거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20억 마일(약 32억㎞)을 돌파했다. FSD로 운행한 거리가 많아진다는 건 곧 테슬라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FSD가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회사는 테슬라를 제외하곤 없다. 특히 누적 운행 거리 중 절반 이상이 FSD 최신 업데이트 버전인 ‘버전 12’에서 쌓였는데, 버전 12는 모든 주행 상황을 하나의 통합된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을 쓰기에 데이터의 질이 다르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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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테슬라는 전기차·자율주행·에너지 저장, 이 3박자가 모두 성장하는 국면을 보여줬다. 모델 3가 나온 지 7년이 넘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수치를 개선해 줄 차세대 모델의 출시 일정을 확인해 줬다. 언급되진 않았지만 신형인 ‘모델 Y 주니퍼(Juniper)’ 리뉴얼도 있어 내년까지 공백 없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사업부는 매출 비중은 10%인데 영업이익 비중은 15% 정도로 지속 성장하고 있고, 원가가 개선되고 있어 마진이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료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은 단순 계산하면 2100억 달러(약 3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테슬라 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기서 테슬라가 20%만 가져오더라도 40억 달러(약 5조56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이 나온다. 테슬라 올해 연 순이익이 80억 달러 정도니 늘어날 잠재력이 크다.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머스크의 말에 의문을 가질 부분이 거의 없는 실적이었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주에 투자하는 것)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테슬라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가장 수혜를 볼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임은 분명하다. 머스크는 “정부효율성부서(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도지코인 티커와 명칭이 같다)”의 필요성을 콘콜에서 거론했는데, 주별로 다른 전기차 승인 절차를 연방 차원에서 통일하는 방안을 트럼프에 제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실이 될 경우 지금 상황에서 바로 시장에 진출해 경쟁할 수 있는 전기차 업체는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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