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대문 숙원 풀고도…서로 "내가 한 일" 업적 가로채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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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구에 게시한 현수막. [사진 서울시의회]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유턴 차선 신설을 두고 ‘업적 가로채기’ 논란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구 시의원은 자신의 노력 덕분에 성사한 업적을 국회의원이 빼앗아갔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신도 이에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시의원은 국회의원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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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신호 체계 개선 계획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문성호 “국회의원이 업적 가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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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유턴 차선이 만들어지는 무악재역. [사진 서대문구청]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홍제동 구간은 서쪽으로 인왕산, 동쪽으로 안산을 끼고 무악재 고개를 넘어가는 외길이다. 서울 서대문에서 은평구나 경기도 고양시로 넘어가려면 대부분 통일로를 거쳐야 한다. 북악산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긴 하지만, 통일로가 길이 잘 뻗어있고 서울 시내와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악재·홍제동 주민들은 여기서 유턴할 수 없는 게 불만이다. 인왕산 자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출근할 때 막히는 길을 따라 거꾸로 유진상가 방면까지 나갔다가 유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산 자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귀가할 때마다 자신의 집을 지나쳐 유진상가에서 되돌아와야 한다.

이 때문에 서대문구청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시에 유턴 구간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서대문 구청·주민은 관계기관 합동 점검 등을 거쳐 ‘통일로 홍제동 구간 유턴 설치 제안서’를 작성했고, 문성호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서대문2)을 통해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후 서울시는 교통 흐름 개선 용역 등을 거쳐 기본설계안을 마련했고, 마침내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22일 교통안전심의를 가결하면서 유턴 구간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서대문구청은 지난달 30일 실시설계에 돌입해 이르면 2025년 1월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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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에 지난해 제출한 통일로 신호체계 개선안 표지. [사진 서울시의회]

김동아 “공문으로 요청했던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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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아 의원이 서울경찰청에 제출한 민원. [사진 서울경찰청]

이처럼 지역 현안은 풀렸지만, 해당 지역구 의원은 갈등하고 있다. 김동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대문갑)이 지난달 22일 무악재역과 인왕아파트 교차로 등에 ‘김동아가 해냈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면서다.

이에 대해 문성호 시의원은 “김동아 국회의원이 업적을 도둑질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2023년 4월부터 (본인이) 서대문구청·주민과 함께 유턴구간 허용을 요청하기 위해 움직인 덕분에 서울시가 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 교통안전심의 가결을 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동아 국회의원은 “홍제동 유턴구간은 서울시 사업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에 인가·의결한 사안이라, (본인이) 서울경찰청에 공문을 넣은 덕분에 성사했다”며 “문 시의원이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문 시의원은 “결정적으로 (김 의원 측의) 공문엔 교통안전심의란 단어가 없다”고 반박하자, 김 국회의원 측은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처벌을 구할 생각도 있다”며 맞섰다. 결국 문 의원을 비롯한 10여명의 서울시의회·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에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김동아 의원 고발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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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와 서대문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의회]

해당 사업을 함께한 관계기관들의 설명은 이렇다. 서울시는 “지난해 해당 사업을 최초로 요청한 건 문 시의원”이라며 “다만 김 의원실은 지난 7월 현장조사 등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은 “교통안전심의를 진행했던 8~10월 김 의원실 측에서 진행 경과를 꾸준히 문의했다”며 “다만 8월 이전엔 김동아 의원실 측에서 관련 연락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에도 지역 현안을 두고 서울시의회 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갈등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시가 지하철 5호선 증차를 결정하자, 진선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강동갑)이 이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걸었고 김혜지 서울시의원(국민의힘·강동1)은 “업적을 빼앗아갔다”며 반발한 바 있다. ▶“업적 도둑”...국힘 시의원과 민주 국회의원, 하남선 증차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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