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미 대선일에 대남용 미사일 도발…김여정은 한·미·일 공중훈련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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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인 5일 오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나섰다. 한·미·일이 전날 실시한 연합 공중훈련에 반발하는 한편 간접적으로는 미 대선 직전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새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미사일은 약 400㎞를 비행했으며,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 발사 시 즉각 포착해 추적 감시 및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날 SRBM 발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이후 닷새 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빙 판세인 미 대선이 치러지는 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카드를 흔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SRBM의 거리와 고도 등의 제원으로 미뤄볼 때 KN-25, 즉 600mm급 초대형 방사포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KN-25의 최대 사거리는 400km로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발사할 경우 수도권은 물론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와 주요 군 비행장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특히 군 안팎에선 이날 발사를 놓고 신형 600㎜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추가 시험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 9월 12일 김정은 참관 하에 신형 600㎜ 방사포차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기존 KN-25의 4연장 차륜형, 6연장 궤도형을 보완한 6연장 차륜형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 초대형 방사포의 동시 다발 투발 능력과 신속 기동 능력을 보완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황북 사리원 일대에서 SRBM을 발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언제 어디서든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발사 장소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기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사리원은 평양에서 남쪽으로 약 70㎞, 서울과는 직선으로 약 150㎞ 떨어져 있다.
익명을 원한 전직 군 관계자는 "과거 북한의 주력으로 쓰이던 스커드 미사일이 KN계열의 신형 SRBM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측으로 방향만 돌리면 한국 수도권은 물론 수도권 이남의 주요 군사시설까지 타격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일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김여정은 "미일한(미국·일본·한국)이 우리 국가의 문전에서 연합 공중 훈련을 벌였다"며 "우리의 최신형 전략무기시험에 대한 '대응', '경고'라는 명목 하에 미 전략폭격기 'B-1B'를 위시한 다종의 3국 전투기들이 투입됐다"고 했다. 이어 "이는 우리의 핵무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 절박성을 입증해 주는 또 하나의 완벽한 증명 사례"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미·일은 지난달 31일 북한의 신형 ICBM '화성-19형' 발사에 대응해 3자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전개한 가운데한국 공군의 F-15K·KF-16 전투기와 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가 참여해 가상의 표적을 제거하는 훈련이었다.
이와 관련 김여정은 "적수들의 군사적 광기가 가증될수록 우리 노선의 당위성과 절박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며 그 실행의 동력과 강도 또한 정비례할 것"이라며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 노선은 현 정세 속에서 유일무이하고 가장 정확한 선택이며 그 길에서 추호의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한국 내 오산·군산 등 주요 주한미군 공군기지를 목표로 이날 무력시위를 벌였을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협 대 위협' 대응 구도를 선명하게 각인함으로써 트럼프 당선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부각하는 것일 수 있다"며 "미 새 행정부를 상대로 바이든 정부와 다른 대북 접근법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군 당국은 즉시 규탄 입장을 냈다. 남기수 합참 공보부실장은 이날 “최근 ICBM 발사에 이어,오늘도 단거리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하는 등 불법적인 도발을 지속적으로 획책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의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지난 7월 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평안북도 지역을 세 번째로 방문해 "피해 복구 전투를 12월 당 전원회의를 맞으며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라며 복구 일정 준수를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수해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제는 억척의 제방들이 솟아나고 안전지대에 독특한 형식을 자랑하며 경쟁적으로 일떠서고 있는 여러 유형의 도시형 농촌 살림집들을 보고 나니 감개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정은의 이런 행보는 주민들을 직접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애민지도자 이미지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와 경제난으로 인해 수해 복구가 더딘 상황과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민심 이반을 우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앞서 페스코프 크램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휴일인 이날 깜짝 예방을 받은 건 최근 북한의 파병과 관련한 푸틴 대통령의 '특별 대우'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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