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35주년 ‘맨발의 디바’ 이은미 “이제서야 인간답게 살고 있구나”
-
1회 연결
본문
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은 가수 이은미(58)가 이달 중순 시작하는 전국투어 콘서트 '무브 온'에서 댄스 가수의 면모를 제대로 선보인다. 지난달 발표한 신곡 '무브 리무브'를 앞세워서다.
후배 가수 청하가 함께한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이은미는 각선미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어깨를 털며 웨이브를 한다. ‘맘 가는 대로 흔들어봐, 밤이 새도록, 음악에 맡겨봐’라는 가사의 댄스곡이지만, 이은미 특유의 소울 가득한 음색은 여전하다.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은미는 “박진영 권유로 프로젝트 걸그룹 ‘골든걸스’를 하면서 몸의 아름다운 움직임과 음악이 하나가 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한 번쯤 더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브 리무브' 라이브 무대를 처음 선보이는 콘서트는 16일 군포를 시작으로 경주·울산·대전·부산·부천·광주 등 연말까지 전국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 과감한 도전을 택한 이유는.
- “한 장르만 깊게 파고드는 건 내 꿈이 아니었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장르에 편견을 갖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골든걸스’를 하면서 부족함을 알게 됐고, 더 넓은 시선으로 음악을 보게 됐다.”
- ‘골든걸스’로 댄스 DNA가 깨어난 걸까.
- “연습할 땐 도망가고 싶었다. 다른 멤버들(인순이, 신효범, 박미경)은 퍼포밍 경험이 있는데 나만 처음인데다, 갑자기 춤을 추려니 무안하고 쑥스러웠다. 나중엔 뻔뻔해지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언니 부대'가 생기고 ‘춤선이 예쁘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댄스곡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
- 35년 음악 인생에 고비도 있었나.
- “2009년 20주년 투어로 60여개 도시를 돌 때였다. 25개 도시를 돌고 나니 감정이 바닥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래하기 힘들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고, 관객이 얼마나 냉정한지 알기에 그 압박이 심하게 다가왔다.”
- 어떻게 이겨냈나.
- “집중력이 무너질 땐 기본기에 의지해야 한다. 신인이란 마음으로 음악을 되짚어보고 치열하게 연습했다. 그렇게 지금의 창법을 갖게 됐다. 지금도 리허설을 꼼꼼하게 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 대구가톨릭대 실용음악과 석좌교수인데, 학생들에겐 어떤 스승인가.
-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다. 어린 시절 꿈이 특수학교 교사였는데, 가수가 되고서도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어 나 또한 힘을 얻는다.”
- 데뷔 이후 김광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 “신촌블루스 리더 엄인호 선배가 나를 가수의 길로 이끌어줬고, 광석 오빠가 큰 도움을 줬다. 본인 콘서트 무대에도 세워주고 밥도 많이 사줬다. 무척 그리운 선배다. 김민기 선배가 떠나실 때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학전에서 ‘김광석 다시부르기’를 할 때면 민기 선배가 좋아하셨던 산삼주를 가져가곤 했다. 무엇보다 보컬 김민기를 참 좋아했다.”
- 누군가에겐 이은미가 우상일 수도 있는데.
- “혼자 만의 공부로 걸어간 길이기에 독불장군이었다. 욕 먹지 않기 위해 오기로 노래했다. 경험 부족으로 성대 결절이 와서 목소리를 잃을 뻔도 했다. 결코 좋은 롤 모델은 아니다. 그렇게 얻은 교훈은 무슨 일이건 다양한 경험과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거다. 얼마 전 어떤 분이 ‘네가 50세 이전에 사람인 적 있었어?’라고 묻더라. 그때 깨달았다. 이제서야 내가 인간답게 살고 있구나.”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