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5세 정년' 논의 불붙는데…기업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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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분야 대기업 A사는 최근 고령 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크다. 현장 직원 중 향후 5년 내 퇴직 예정자가 전체의 20%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데, 고숙련 인력이 한꺼번에 퇴직해버리면 기술 단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A사 인사담당자는 “정년을 연장하기에는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고 신입 채용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기술 전수를 위해 근무 실적이 우수한 인력에 한해 재고용하는 방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대구시가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최대 65세로 늘리기로 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재계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다. 다만 기업들은 호봉급제로 정년 연장 시 비용 부담이 크다며,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300인 이상 기업 121곳의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67.8%는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이 부담되는 이유로는 ‘연공·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의 순이었다. 한경협은 2013년 ‘60세 정년’ 시행 당시 기업 비용 부담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48.2%(300인 이상 기업 기준)에 불과하다며, 섣부른 정년 연장 도입 시 인건비 부담 급증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령자 고용 확대 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고용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방침이다. 계속고용 제도는 정년 연장은 물론 퇴직 후 재고용과 정년 폐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떤 방식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기업 71.9%는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년 연장’(24.8%), ‘정년 폐지’(3.3%) 순이었다.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고용의 유연성 확보’(35.2%),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에 한해 계속고용 가능’(25.8%),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일괄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기업의 상황에 맞게 고령직원 재고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끔 선택권을 달라는 의미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이들을 재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년제 운영기업 중 60.4%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와 포스코는 정년 이후에도 최대 2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신 재계약 직원들은 퇴직 전 임금보단 낮은, 신입 사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년 퇴직자의 약 70%를 재고용하고 있다”라며 “기술력이 뛰어난 직원의 노하우를 전파하고 신입사원 교육 등에 활용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 삭감과 고용 불안을 일으킨다는 이유다.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 없는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한다.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 가운데 노조가 있는 기업의 호봉제 채택 비율은 76.3%로, 노조가 없는 경우(38.5%)보다 높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을 하려면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팽팽히 맞선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령자 고용기업 혜택 확대, 직무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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