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건설, 19조 규모 불가리아 대형 원전 설계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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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약 20조원 규모의 불가리아 대형 원전 '설계 계약'을 수주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주에 이은 낭보로,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의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공사의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현대건설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한 지 15년 만에 따낸 해외 대형원전 사업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불가리아는 수도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에 22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약 140억 달러(19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앞서 입찰에서 벡텔ㆍ플루어 등 해외 유수의 기업이 참여했지만, 현대건설만 사전 요건을 충족했다.
올해 1단계 설계에 들어가고 2단계인 설계ㆍ조달ㆍ시공(EPC) 본계약은 내년 말께 체결한다. 원전은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설계 회사가 본계약까지 맡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원전업계에서는 전체 사업의 20~40% 정도를 현대건설이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5년 준공 예정이다.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코즐로두이 원전은 1969년부터 시공된 불가리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1∼4호기는 노후화 문제로 폐쇄됐으며, 지금은 러시아에서 개발된 가압경수로형 모델 5ㆍ6호기가 운영 중이다. 이번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7ㆍ8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이다. 2035년까지 가동이 목표다.
이번 현대건설의 수주에는 그간 정부가 추진한 원자력 생태계 복원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한국 원전 관련 기업들은 한ㆍ미 원전 기술 동맹을 지렛대로 영국 소형모듈원전(SMR) 수주를 노리는 등 유럽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서 탈원전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한국 원전산업 생태계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지난 7월 24조원 이상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설계·조달·시공)을 사실상 수주하며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또 하나의 교두보를 추가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국 건설사들이 과거엔 시공 일감 위주로 수주하다 부가가치가 큰 설계 일감도 수주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계약 서명식에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 페툐 이바노프 불가리아 원자력공사 사장, 엘리아스 기디언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윤 사장은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라브체프 총리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현대건설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윤 사장이 루멘 라데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현지에서 ‘현대건설 불가리아 원전 로드쇼 2024’를 개최하는 등 설계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며 “불가리아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유럽 전역에 현대건설의 원전 건설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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