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도 안 뜬 새벽부터 투표소에 긴 줄…미 대선 '주사위' 던져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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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대 미국 대통령을 가릴 대선 본투표가 시작된 5일(현지시간) 새벽 버지니아 페어팩스 거버먼트센터의 투표소. 영상 10도에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인 데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둠 속에서도 투표소 앞엔 투표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5시부터 유권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투표소 앞엔 민주·공화당의 자원봉사자들이 투표용지 샘플을 들고 기표 방법을 분주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투표 시작 시간인 6시가 임박하자 투표소 앞엔 이미 30여명의 긴 줄이 생겼다. 천막을 설치하던 민주당 자원봉사자 킴벌리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지난번 선거를 넘어설 것”이라며 “투표율이 높아진 이유는 트럼프 1기를 이미 경험해봤기 때문에 만약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미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는 민주당의 상대적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새벽부터 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에는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투표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맨 앞줄에 선 흑인 남성 조셉 데이는 “나는 민주·공화당원이 아닌 중도 성향이지만, 이번 선거는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기독교인들은 낙태와 교육 문제 등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를 택한 이유에 대해선 “주말에 투표를 하러 왔는데 사람들의 줄이 주차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아서 본투표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공화당 사람들의 사전투표가 상당히 많이 이뤄져 과거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본투표가 진행되는 중에는 투표장 입구에 설치된 우편투표함에 자신의 투표용지를 넣는 유권자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유권자는 “나는 다른 지역 출신인데, 투표 당일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가 공정하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늘까지 기다려서 우편투표를 하게 됐다”고 했다.
반면 투표권이 있는 가족 3명과 함께 일찍 투표장을 찾은 브라이언은 “우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투표는 당일에 하는 것이 전통이고 내가 투표한 결과가 먼저 개표되는 본투표에 반영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분노하고 있고, 이번 투표가 민주주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6시가 조금 지나 선거 관리요원이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합니다”라고 외치며 정문을 열자 기다리던 유권자들이 일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미국의 대선은 각주(州)마다 투표 시작과 마감시간이 다르다. 이날 0시 뉴햄프셔 최북단 산골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 유권자 6명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3대 3으로 절반씩 표를 준 것을 시작으로 동부 뉴욕과 뉴저지, 버지니아 등에선 오전 6시부터,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조지아 등에선 7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동부 시간을 기준으로 가장 서쪽의 알래스카와 하와이에서 투표를 마치는 시간은 6일 오전 1시(한국시간 6일 오후 3시)다.
이날 0시 기준 등록 유권자 2억500만명 가운데 8271만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실제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를 고려할 경우 유효 투표수의 절반가량이 우편 또는 방문을 통한 사전투표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MIT대학의 선거데이터 및 과학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우편으로 투표한 유권자 가운데 약 60%는 민주당 지지자였고, 공화당 지지자는 32%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개표는 당일 투표가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당시 대선에서 개표 초반 앞서나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막판으로 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하게 된 이유다.
다만 이번 대선에선 공화당 역시 사전투표를 독려했기 때문에 과거와 다소 다른 양상의 개표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당적을 공개하는 26개 주의 사전투표율은 민주당 37.9%, 공화당 36%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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