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의 당선 일성 "강한 미국 위한 싸움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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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강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미국을 만들 때까지 싸움(fight)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을 당한 직후 주먹을 움켜주며 말했던 그 단어(fight)를 다시 쓰면서 “미국을 우선시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격전지 ‘전승’…상·하원 장악한 ‘압승’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오전 2시30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 앞에서 한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에서까지 승리하며 이번 대선의 경합주 7곳 모두를 석권하는 압승을 확인한 뒤 나선 사실상의 당선 수락 연설이었다.
트럼프는 “격전지에서 승리해 최소 31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며 “특히 전국 지지율에서도 승리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다시 장악했고, 상원의 승리는 정말 놀라운 일이고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없고 강력한 권한을 줬다”며 “와!”라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전체 득표수에서도 승리해 기쁘다”는 말을 반복했다. 2016년 대선 때 그의 득표율 45.9%에 그쳐 힐러리(48%)에 뒤졌으나 확보한 선거인단(306명)이 더 많아 당선됐다. 때문에 당시 ‘반쪽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가 의회 권력 장악과 득표율을 강조한 배경은 내년 1월 ‘트럼프 2기’의 시작과 함께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통성을 내세워 보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치기 위해 싸우겠다”
실제 그는 “나는 간단한 방식(model)으로 통치하겠다”며 “그것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안전하고 강하고 번영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며 무엇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특히 “많은 사람이 (총격에서)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며 “그것은 미국을 구하고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시키기 위해서였고, 이제 그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선거 내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 세계에 대한 고율의 보편적 관세를 비롯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 동맹국에 대한 안보 비용 인상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이와 관련 “오늘 밤 우리가 역사를 만든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고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안보와 관련해선 “우리는 튼튼하고 강력한 군대를 원하고, 이상적으로는 군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나는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때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 전쟁 등에 대해 “취임과 동시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
“이제 단결해야 할 때”
트럼프는 연설에서 단결을 강조했다.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하고 단결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우리를 하나 모으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식의 정당”이라고 했다.
이어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노조, 비노조, 아프리카계 미국인, 히스패닉계 미국인, 아시아계 미국인, 아랍계와 무슬림 미국인 등 모든 계층에서 왔다”며 “이것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 극단적 국경 봉쇄 계획과 관련해서도 “국경을 봉쇄하되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경·이민문제와 관련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던 유세 때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실세’ 직접 소개한 트럼프…“일론이란 스타 탄생”
트럼프는 이날 가족들을 비롯해 JD밴스 부통령 후보 부부, 수지 와일스ㆍ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 등 자신의 당선을 도운 핵심 인사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 그들을 하나하나 직접 소개했다. 이들은 트럼프 2기에서 핵심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선 “일론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머스크가 선거 운동 기간 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선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나 화이트와 미국 유명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 등 이날 연단에 트럼프와 함께 오른 것도 주목을 받았다.
‘낙선 연설’ 미룬 해리스…조용히 ‘패배’ 지켜본 바이든
한편 트럼프와 경쟁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별도의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해리스는 당초 모교인 워싱턴DC 하워드대학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개표가 진행되고 자신의 낙선 가능성이 커지자 자정을 넘겨 세드릭 리치먼드 공동선대위원장을 통해 “해리스의 연설은 내일(6일)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 뒤 개표 파티에 불참했다.
해리스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지지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고령 논란’ 끝에 재선 도전을 포기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족 및 일부 참모들과 TV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대선에서 펼쳐진 드라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현직 대통령에게는 씁쓸한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고령 논란 속에 출마를 강행하고, TV토론 참패 이후에도 한 달 가까이 ‘사퇴는 없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하다 물러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일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의 출마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사퇴하면서 대안이 없어진 상황에서 급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결국 2년 넘게 출마를 준비해온 전직 대통령 드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100일에 남짓한 선거운동만을 거친 뒤 맞붙는 상황이 됐고, 선거 막판까지 자신의 비전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바이든이 후보 사퇴 이후에도 자신의 경제 성과 등을 과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점과 관련해서도 해리스가 유권자들에게 특히 비판받아온 경제 정책에 대해 바이든 정부와의 차별화를 막은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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