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떠나는 주민들 잡자"…산후조리원 직접 만드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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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출산 예정인 김보현(36)씨는 경북 상주시가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에 입소하기 위해 예약 신청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2022년 12월 딸을 출산했던 김씨는 당시만 해도 거주지역인 경북 영주에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어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충남 아산까지 가야 했다.
김씨는 “영주를 비롯한 경북 북부 주민은 천안이나 원주 등 인근 도시로 ‘원정 산후조리’를 가는 일이 허다하다”며 “최근 생긴 상주 공공산후조리원을 꼭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없어 ‘원정 산후조리’
전국 자치단체가 김씨처럼 원정 산후조리를 떠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을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에 나섰다. 민간 산후조리원보다 이용료가 저렴한 공공산후조리원을 지어 비용 부담을 줄여 주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도 덜어주자는 취지다.
산후조리원은 요즘 산모에게 출산 후 필수 코스에 가깝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산후조리실태조사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2015년 59.8%에서 2018년 75.9%, 2020년 81.2%로 증가했다. 저출생 여파로 산후조리원 수는 감소하는데 산후조리 수요는 늘고 있다. 전국 산후조리원은 2021년 492곳에서 2022년 480곳, 지난해 469곳으로 줄었다.
산후조리원 운영 여부는 지역 출산율에 영향을 준다 한다. 전북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도·농간 생활 인프라 불균형은 인구 유출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붐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469곳 중 55%(257곳)가 서울·경기에 몰려 있고, 전국 지자체 226곳 중 99곳에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이들 산후 조리원은 대부분 민간이 운영한다.
현재 전국 공공산후조리원 수는 21곳이다. 지자체가 앞다퉈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머지않아 40~50곳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경남 사천과 거창, 강원 속초, 전북 남원, 충북 제천 등이 공공산후조리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산후조리원 이용로 너무 비싸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는 민간산후조리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경북 상주시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2주)는 180만원이다. 여기에 상주시민 30%, 경북도민 10%, 취약계층 50% 감면 혜택까지 있어 인기다. 경북 북부 지역 유일한 공공산후조리원인 이곳은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민간 산후조리원 일반실 이용 비용(2주)은 346만7000원이다. 특실은 이보다 200만원 정도 비싸다. 1000만원이 넘는 곳도 20여곳이나 된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지어도 문제는 있다. 많은 예산을 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고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 지원 없이는 적자가 매년 수억원씩 발생한다. 공공산후조리원 짓는 데만 약 5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이 대안
이에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은 인접한 여러 지자체가 협력해 운영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경북도는 안동을 중심으로 영양·청송·봉화 주민이 공동 이용할 수 있는 ‘경북 북부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팀장은 “특정 지자체 한 곳이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면 매년 5억~10억 정도 적자가 난다. 이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 중앙정부 역시 공공산후조리원이 늘어날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은 지자체 공동 운영으로 자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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