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르몬 치료는 갱년기 여성만?…이럴 땐 2030 여성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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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33세 여성 김모씨는 어릴 때부터 월경이 불규칙하고 월경통이 심했다. 20대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지난해 혼인 후 임신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치료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근본적으로 여성호르몬 불균형 문제라는 걸 깨닫고 주변에서 추천한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관리 중이지만,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떨치기 어렵다.

김씨처럼 여성 건강에 있어 호르몬 균형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균형을 되찾아야 하는지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여성호르몬 치료는 주로 폐경기 여성에게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난임 치료, 월경불순 개선, 피임 등의 목적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여성호르몬은 월경·임신·수유뿐 아니라, 골밀도, 심혈관 건강 등 거의 여성의 신체 전반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는 그 목적에 따라 방식도 먹거나 바르는 약, 질정 혹은 주사·패치 등으로 다양하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고려하면 좋은 경우와 주의사항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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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폐경기 증상 개선

호르몬 치료 도움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갱년기 증상 있을 때이다. 폐경 후 갱년기 여성은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한다. 그 영향으로 10명 중 9명은 안면홍조, 식은땀, 수면장애 등이 나타나고, 질건조증, 방광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40세 이전에 조기폐경을 겪은 여성은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이럴 때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활용하면 증상이 완화되고, 골밀도가 개선돼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에스트로겐을 단독으로 장시간 투여하면 자궁내막의 성장이 촉진돼 자궁내막암 등이 유발될 수 있으나,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사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 치료  

최근에는 자궁내막증에도 호르몬 치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 자라 난소 등에 종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여성 10명 중 1명, 난임 여성에서는 10명 중 3~5명에서 진단될 정도로 흔하다. 과거엔 주로 수술로 치료했으나, 최근 프로게스틴(합성 프로게스테론 제제)을 활용한 호르몬 치료도 많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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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분비 체계. 자료 서울대병원

가임력 보존

여성호르몬 치료는 가임력 보존에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 암환자들에게는 임신 및 출산 가능성을 보존하는 데 있어 호르몬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은 항암치료 등을 받는 동안 임신을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난자·배아 동결 등을 통해 가임력 보존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난자·배아 동결 과정에서는 호르몬을 투여해 난자 과배란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비정상적 상승을 레트로졸 등의 호르몬제로 억제해 동결 과정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초기 자궁내막암 여성이 자궁을 절제하는 대신 항암 호르몬 치료를 받고 시험관 시술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사례도 있다.

"호르몬제, 비타민처럼 복용은 위험"

이처럼 호르몬 치료의 중요성과 역할을 커지고 있지만, 호르몬제를 환자가 임의로 복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구승엽 교수는 "호르몬제를 비타민과 같은 건강보조제나 기능성제제 정도로 생각해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극소량만으로도 부정출혈이나 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무월경, 자궁내막증, 갱년기 증상 등 여성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내분비 전공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의 상황에 최적화된 호르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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