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라산 정상에 보드카병·맥주캔…쓰레기 5t 치웠더니 또 쌓였다
-
3회 연결
본문
보드카병, 맥주캔도 버려졌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1947.06m)을 찾는 등산객 발걸음이 이어지며 쓰레기 투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음주 산행까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요구된다.
9일 제주도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한라산 정상에 각종 생활 쓰레기가 수시로 쌓이고 있다. 이는 대부분 라면용기·술병 등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라고 한다. 한라산 정상에서는 이런 쓰레기가 연간 5t 이상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라산 정상을 찾은 사진작가 강영근씨는 “한라산 정상 인근 곳곳에 과자 봉지·페트병용기라면·옷가지는 물론 술병까지 버려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매달 두세 번씩 한라산 정상을 오르내리며 쓰레기 투기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으로 담고 있다.
용기라면 국물 버리는 탐방객 여전
강 작가는 특히 “탐방객을 위해 만든 나무 데크 안에 버려진 쓰레기는 줍거나 처리하기 어려워 더 문제”라며 “데크도 일부 구간이 노후화해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상 인근에서 용기라면 국물을 버린 흔적은 물론 맥주캔이나 보드카병 등 음주 흔적까지 포착했다”며 “한라산에선 음주가 금지돼 있고, 산에 올라 먹는 용기라면이 인기를 끌며 국물 투기 문제에 투기 금지 캠페인까지 진행 중이나 시민의식은 여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고 걱정했다.
용기라면 인기에 라면국물 줄이기 캠페인도
한라산에서 먹는 라면이 인기를 끈 것은 1990년 1월부터 윗세오름과 진달래밭 대피소, 어리목 매점에서 용기라면을 팔면서다. 2018년 1월, 28년 만에 한라산국립공원후생복지회가 해산하며 라면 판매는 하지 않지만, 한라산에서 라면 인기는 여전하다. 정상에 오른 다음 용기라면에 끓는 물을 부어 먹는다. 그래서 라면 국물 등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제주도는 한라산에 라면국물을 몰래 버리다 적발되면 자연공원법상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맥주나 막걸리 몰래 마셔...생수통에 넣어오기도
한라산에서 마시는 술도 문제다. 음주 후 산행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한라산에서 음주 적발 시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오물을 투기하거나, 물건을 파는 행위, 퇴거명령 미준수 시에도 10만~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흡연·음주·야영 등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2020년 149건, 2021년 122건, 2022년 155건, 2023년 59건 등이다. 제주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윗세오름 대피소 등에서 김밥이나 라면과 함께 맥주나 막걸리를 몰래 마시는 이들이 꽤 많다”며 “생수나 음료수통에 몰래 넣어와 마시는 사람이 있어 단속이 더 어렵다”고 했다.
“매달 치워...데크 정비 때 본격 정화”
한라산 쓰레기 문제는 지속해 제기되고 있다. 2022년 7월 1일에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 50여 명이 백록담 일대의 투기물을 수거해 5t분량의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5ℓ 쓰레기종량제 비닐봉지 400여개와 대형 마대 3개 분량이었다. 라면용기·페트병, 사탕·초콜릿 봉지 등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가 대부분이었다. 탐방로를 보수하면서 회수하지 못한 페인트통 등 공사 자재 쓰레기들도 데크 밑에 버려져 있었다.
한라산 정상 탐방로인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는 2021년부터 탐방객 수 제한을 위해 예약 인원만 등산할 수 있는 ‘탐방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1일 탐방 가능 인원은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이다. 연간 탐방 인원은 지난 2022년 성판악 26만 5862명·관음사 11만 9621명, 2023년 성판악 23만 5430명·관음사 10만 7069명이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성판악 15만 9248명, 관음사 6만 9536명이 다녀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있고, 다음 주 중에도 쓰레기를 가능한 치울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이뤄지는 한라산 정상 목재 데크 정비 공사에서 데크 안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모두 치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