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금리에 영끌족 '백기'…서울 아파트 경매건수 9년만에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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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급증하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진행 건수 가운데 실제 낙찰 건을 비율로 나타낸 낙찰률도 한달 전보다 하락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난 가운데, 대출 한도 축소 등으로 매수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4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80건으로 2015년 4월(401건)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한달 전(169건)보다는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낙찰률도 41.3%로 9월(45.6%)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지지옥션은 “노원구 등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위주로 두 번 이상 유찰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낙찰률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역시 9월(2933건)보다 19.1% 증가한 349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월별 최다 진행 건수다.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집값 급등기에 대출을 받아 높은 가격에 집을 매수한 ‘영끌족’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달(94.3%) 대비 2.7%포인트 상승한 97.0%를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고가 낙찰(낙찰가율 100% 이상)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강남구의 이달 평균 낙찰가율이 107.5%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가 107.3%, 송파구가 101.3%였다. 지난달 서울에서 낙찰가율 100%를 넘긴 경매 48건 중 24건이 ’강남3구‘에서 나왔다. 특히 낙찰가율 상위 10위권에는 ’강남3구‘ 아파트가 8건이나 차지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열린 강남구 개포주공 6단지 전용면적 60㎡ 경매에는 9명이 응찰하면서 감정가(19억5000만원)보다 높은 25억2600만원(낙찰가율 129.5%)에 매각됐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 경매에도 13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34억1000만원)보다 높은 39억5521만2000원에 낙찰되면서 낙찰가율 116%를 기록했다.
경매 낙찰가율은 일반적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경매 시장 참여자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길 원하는데, 낙찰가격이 시세에 근접할수록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근 대출규제 여파로 아파트값 상승 폭이 줄고,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시장은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구(0.18%)가 개포·대치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올라 서울 평균 상승 폭(0.07%)을 크게 웃돌았고, 서초구·성동구(0.14%), 용산구(0.11%)도 평균 이상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경매 시장에 참여자들이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진다고 전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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