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눈 잃고 시름시름" 매년 100명씩 사망…日의료진 부산 찾은 까닭
-
1회 연결
본문
한일 정부 2005년부터 원폭 피해자 지원
일본 나가사키 현 공무원 3명과 일본적십자사 나가사키원폭병원, 나가사키대학병원 소속 피폭 전문 의료진 6명 등 총 9명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돕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11일부터 3일 동안 대한적십자사 부산지부 등에서 부산 권역 원폭 피해자 227명과 의료 상담을 진행한다. 이들은 대한적십자사 알선으로 한국을 찾았다. 나가사키현 행정 공무원 다니구치 유이치(50)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마지막 한 분까지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생존자는 지난 10월 기준 1622명, 평균 연령 84세다. 생존자는 해마다 100여명씩 사망하고 있다.
일본 공무원과 의료진은 2005년부터 한국을 방문해 원폭피해자를 돕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원폭 피해자·사할린동포지원본부 오상은 과장은 “한·일 정부는 2005년 협약을 맺고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된 한국인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국을 6개 권역(수도권·대구·합천·부산·경남·전라)으로 나눠 매년 2개 권역에서 의료상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총 6848명이 상담을 받았다.
원폭 피해자 신체적·정신적 고통 호소
원폭 피해를 본 한국인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한적십자사 부산지부에서 만난 김일악(82)할머니는 "세 살 때 원폭 피해를 보고, 일곱살 때 오른쪽 눈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여동생은 열 두살 때 죽고, 남동생은 2015년 대장암으로 죽었다”며 “나 역시 30대부터 시름시름 앓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근근이 살고 있다는 김 할머니는 “35세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았는데, 5년 전 신장병 진단을 받았다”며 “나 때문에 병이 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일본적십자사 나가사키원폭병원 소속 의사인 스가마사 하루(30)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원폭 피해자가 많다”며 “외할머니가 원폭 피해자여서 그들의 고통이 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피폭 전문 의료진이 없다 보니 일본 전문 의료진 방문은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본 정부기관인 방사선영향연구소 의사 이마이즈미미사는 “질병을 앓지 않는 피해자조차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원폭 영향이 아닌지 걱정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며 “이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다 보면 정서적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2세와 후손은 희귀성 난치병을 앓아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한국원폭 피해자협회 부산지부 이정부 부지부장은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2세, 3세대에서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며 “나 역시 두 살 때 원폭 피해를 봤고, 현재 손자가 지적장애 1급 진단을 받았는데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원폭 피해자 후유증이 대물림되는지 알아보는 연구(한양대 의대)도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활용한 이 연구 결과는 올해 말 나올 예정이다. 이 부지부장은 "후손에게 대물림 된다는 근거가 없어 2세가 원폭 관련으로 의심되는 병을 앓아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원폭 피해가 대물림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원폭 2세 모임인 '한국 원폭 2세 환우회' 회원은 1300여 명에 달한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