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등단 11번 떨어지고 암투병... 200만부 판 작가 정유정은 왜 계속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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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누적 판매 부수 200만 부를 기록한 작가 정유정을 만났습니다. 3년 만에 신작 『영원한 천국』을 내놨죠. SF와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기 위해 정 작가는 무려 1년간 공부했습니다. 아프리카 사막과 홋카이도 유빙 지역으로 자료 수집 여행을 떠나기도 했죠. 그래도 글쓰기는 쉽지 않았어요. 구역질 나는 퇴고 과정과 완성에 대한 불안감을 견뎌야 했다고요.
이번 작품의 주인공 '경주'는 영원한 가상 세계 위에서도 야성을 잃지 않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글쓰기도 어딘가 경주를 닮아 있어요. 14년의 직장 생활을 견디고, 등단에 11번 실패하고, 암 투병을 하면서도 글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죠. 막막한 고통 속에서도 정유정 작가가 '끝까지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새벽 4시에 일어나 지리산 둘레길 뛴 이유
Q. 14년을 직장인으로 살았고, 6년을 등단 준비에 할애했어요. 그런데도 작가의 꿈을 놓지 않았네요.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9년을 일했죠. 20대 때는 소녀 가장으로 살았거든요. 겨우 남편과 함께 집을 장만하고 전업 작가가 됐어요. 글 쓰는 시간을 확보했으니, 금세 소설가가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공모전에 11번 떨어졌어요.
Q. 꽤나 지쳤을 것 같은데요.
좌절감이 말도 못했죠. 세상에 글 잘 쓰는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요. (웃음)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 고통스러웠어요. 메타인지의 과정을 거치니까 비로소 제 진짜 크기가 보이더라고요.
소설가가 돼 『7년의 밤』이 잘 되면서 이제야 내 자리가 생기나 싶었어요. 모 신문사와 다음 작품 연재를 약속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죠. 슬프다기보다, 너무 화가 났어요.
방사선 치료를 38회 받았어요. 2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요. 일단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바로 지리산으로 들어갔어요. 머릿속이 안개 낀 것처럼 뿌옇더라고요. 집에선 안 써지니까 산으로 들어가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머리가 맑아지지 않더라고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지리산 둘레길을 뛰었어요.
Q. 아픈데도 계속 쓰려고 한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제가 쓰고 싶은 소설을 아직 못 썼거든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소설이요. '궁극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평생토록 제가 욕망해 온 일이니, 궁극의 이야기 하나는 써봐야겠다 싶어요. 그 이후에는 펜을 꺾겠다는 생각으로요. 그렇게 내 욕망에 집중하는 순간, 장애물에 투쟁할 수 있는 야성이 생긴 거나 마찬가지예요.
Q. 그 야성 덕분에 작품도, 작가로서의 커리어도 이어갈 수 있었던 셈이네요.
내가 욕망하는 것을 이루려면, 결국 지루한 싸움을 해야 돼요. 달리기도 마찬가지예요. 유튜브로 찾으면 다 나와요. 자세, 러닝화, 호흡법까지. 실상 달리기 시작하면 적용 안 돼요. 숨차고, 다리 아프고,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죠. 두어 번 나가고 포기하게 되는데,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10분 달리고 5분 쉬더라도, 일단 뛰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5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돼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재능이 있는 거예요. 조금 해보고 '재능이 없나봐' 하고 던지지 마세요.
재능이 발현되기까지 실패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이번 작품도 그랬어요. 공부하고 쓰면서 너무 괴로웠죠. SF는 내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악마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어야 해요(웃음). 시작하면, 끝을 봐야죠.
Q. 하고 싶은 일을, 끈기있게 하길 바라는 이에게 전해줄 조언이 있다면요.
무엇이든 좋아요. 삶에 무기를 만드세요. 제 경우엔 글쓰기가 무기죠. 야성이고, 욕망이고, 투쟁이에요. 삶에 야성을 가져올 무기가 하나라도 있다면, 남의 삶에 기웃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제가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거든요(웃음). 변덕도 심하고, 감정적이죠. 그래도 작가로서는 자부심이 생겨요. 무언가를 계속 생산하니까요. 그게 저를 버티게 하는 것 같아요.
'꽁치뼈 멘탈' 가진 작가가 14년 동안 쓸 수 있었던 비결
Q. 이번에도 책 두께가 만만치 않습니다(웃음). 520페이지네요. 긴 소설을 쓰려면 집필 과정도 배로 힘들지 않나요?
내가 쓴 글을 수십 번 읽어야 한다는 고통이 제일 커요. 고쳐야 한다는 건 아는데 뭘 고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니 다시 처음부터 원고를 읽게 되죠. 원고를 읽다가 구역질이 날 때 겨우 탈고해요.
『영원한 천국』은 10번 넘게 퇴고했어요. 『종의 기원』 보다는 훨씬 적긴 했는데요. 세계관이 워낙 넓다 보니, 계속 고치다 보면 나사 하나가 빠질 것 같더라고요. 편집부 피드백을 믿자고 생각하면서 '이제 그만!'을 외쳤어요.
Q. 긴 글을 쓰다 보면 '다 쓸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은 안 드나요?
물론 막막하죠. 저는 멘탈이 '꽁치뼈'예요(웃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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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olin.co/article/9250
글쓰기 노하우를 더 얻고 싶다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작가 정문정이 알려주는 직장인의 글쓰기. 의지가 약한 직장인이 꾸준하게 글 쓰려면 만들어둬야 할 장치로 3가지를 추천했습니다.
https://www.folin.co/article/9521
'냉정한' 프로의 글쓰기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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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olin.co/article/4504
『일의 격』 신수정 KT부사장이 글 쓰는 법
‘페이스북의 현인’으로 불리는 신수정 KT 부사장의 팔로워 3만 명 팬덤을 만든 SNS 글쓰기 노하우! 그는 ① 낯설게 하기 ② 간결한 문장 ③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쓰기 3가지를 꼽았어요.
https://www.folin.co/article/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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